"아들이 말을 하기 시작한 후 처음 맞은 크리스마스에 어떤 선물을 원하느냐고 물었더니 '또봇 쿼트란(사진)' 이야기를 하더군요. 대형마트 몇 곳을 돌아다녔는데 모두 품절입니다. 미개봉 상태로 갖고 계시면 연락주세요."
요즘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들이 자주 찾는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로봇 장난감인 '또봇'을 애타게 찾는 글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기존 판매가(6만9,000원)보다 1~2만원 더 주고 사는 것은 기본이고, 20만원에 판매하는 사이트도 등장했다.
또봇은 '변신 자동차 또봇'이라는 애니메이션을 통해 장난감계의 강자로 급부상한 완구다. 특히 최신 모델인 '쿼트란'은 또봇 C, D, R, W의 4단 합체 로봇으로, 이달 들어 레고를 제치고 대형마트에서 가장 많이 팔린 장남감 1위로 등극할 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
또봇이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끄는 레고를 제친 비결은 애니메이션 흥행 덕분이다. 올해 '없어서 못 팔았다'는 이야기가 도는 제품들을 살펴보면 애니메이션과 엮여 있는 제품들이 많다. 그만큼 애니메이션의 성공을 등에 업고 뜬 제품들이 요즘 늘고 있다.
또봇의 경우 또봇들의 활약상과 등장인물들의 성장 이야기를 그린 애니메이션이 2010년부터 방영되면서 인기를 끌었고 현재 시즌13편까지 나왔다. 이 애니메이션은 기아자동차와 협업을 통해 일상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국산 자동차를 로봇으로 개조해 성공했다. 또봇 C는 K3를 모델로 한 경찰차, 또봇 W는 레이를 모델로 한 비행로봇이다. 그만큼 애니메이션을 보는 시청자들에게 친근감을 불러 일으킨다.
이 같은 친근함은 완구로 다시 태어났을 때 그대로 유지된다. 애니메이션의 '대박'으로 또봇 장난감은 2003년 뽀로로 이후 10년 만에 토종 캐릭터로서는 처음으로 크리스마스 선물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확보한 또봇 시리즈 장난감 8만여개가 다 소진된 상황"이라며 "애니메이션의 인기가 고조되면서 또봇의 매출은 출시 초기(2009년)보다 36배 늘었다"고 설명했다.
또봇이 하반기 장난감 시장을 제패했다면 상반기는 레고의 '키마'가 휩쓸었다. 키마 역시 애니메이션과 함께 등장한 제품이다.
버스모양의 장난감 '타요'도 마찬가지. 꼬마버스 타요가 서울시티의 버스로 활약하는 이야기를 담은 애니메이션 '꼬마버스 타요'가 2010년 8월부터 방영되면서 타요 트랙놀이 세트 등도 인기 장난감 반열에 올랐다.
타요의 인기 덕분에 일반 과자를 버스 모양 상자에 담은 상품까지 불티나게 팔리기도 했다. 롯데마트가 지난해 12월 한 달 간 과자 매출을 집계한 결과 타요 버스 모양 상자에 담긴 과자 기획 상품이 매출 1위를 기록했다. 상자를 장난감으로도 활용할 수 있게 만들었는데 크리스마스 시즌에 아이들 선물로 많이 팔려나갔다.
해태제과는 지난달 말 토종 애니메이션 캐릭터 '라바'가 들어간 '라바 쉬폰케익'을 선보였다. 라바는 1분30초 동안 캐릭터의 표정과 몸짓만으로 웃음을 주는 애니메이션으로.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수여하는 대한민국 콘텐츠 대상을 받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인기 있는 애니메이션은 여러 종류의 파생 상품을 만들어 내는 힘을 지녔다"며 "하스브로 반다이 레고 등 해외 완구류 업체들은 아예 애니메이션 기획단계에서 함께 움직이기도 한다"고 강조했다.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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