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수들이 형 집행 전 마지막으로 주문하는 음식은 뭘까? 텍사스 헌츠빌에 있는 월유니트 교도소의 수감자이자 주방 보조였던 브라이언 프라이스는 "감자튀김과 초콜릿 케이크를 곁들인 치즈버거"라고 말한다. 그가 처음 사형수를 위해 음식을 만든 것은 1991년 2월 26일이었다. 죄수 번호 743번 리 벅스턴은 필레미뇽(쇠고기 스테이크의 일종)과 파인애플 케이크 한 조각을 주문했지만 그를 위해 요리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죄수를 미워해서라기보다는 사형제도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프라이스의 평소 신념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였다. 그가 만들어준 스테이크를 먹은 벅스턴은 죽기 30분 전 신부를 통해 식사가 아주 좋았다고 전해왔다. 프라이스는 그 뒤로 10년 간 200여명의 사형수를 위해 마지막 만찬을 요리했다.
만찬이라는 말에는 과장이 있다. 많은 이들이 주정부가 사형수의 마지막 소원에 인색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지만 1999년 사형된 존 마이클 램브는 주문한 튀긴 대하 10마리 대신 냉동 생선튀김 2개를 받았다. 마지막으로 껌을 씹고 싶다는 소원도 와인 한 잔을 마시고 싶다는 요청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감옥에서 나온 프라이스는 캠핑장 옆에 작은 식당을 열었다. 이 지역에서 자기보다 음식을 많이 주는 요리사는 없다고 큰소리 치는 그는 사형제를 찬성하느냐는 질문에 "대답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누군가 딸을 해치는 상상만 해도 살기가 치밀어 오르지만 동시에 사형수들의 마지막 주문이 담긴 쪽지도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그 안은 정말 지옥이었어요. 그들 모두를 위해 기도했었습니다."
는 프라이스처럼 운명의 장난질로 범상치 않은 곳에서 범상치 않은 요리를 만들었던 17인의 요리사 이야기다. 반핵 시위 현장을 찾아 다니며 시위자들을 위해 요리한 독일의 밤 카트, 인육을 먹는다는 소문을 달고 다녔던 우간다의 독재자 이디 아민의 주방에서 일한 오톤데 오데라, 투우 경기 중 죽은 소의 꼬리로 음식을 만들어 파는 스페인의 토리비오 안타, 터질 듯한 가슴을 절반 이상 드러내며 유튜브에서 요리 강연을 진행하는 너스 티파 등등.
자의로든 타의로든 평범한 주방을 벗어난 요리사들의 사연은 어떤 음식 이야기보다 흥미진진하다. 요리를 다룬 책과 드라마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신선한 재료, 궁극의 조리 기술, 먹는 이를 다른 차원으로 이동시키는 환상적인 맛 따위는 여기에 설 곳이 없다. 시위 현장에서 밤 카트가 친구 3명과 함께 끓인 5,000인분의 스프는 그야말로 '맛대가리' 없었지만, 연설할 사람만 있고 음식 만들 사람은 없는 현장에서 모두가 끝까지 버틸 수 있도록 도와준 것은 그의 수프였다. 카트는 말한다. "모두가 피델 카스트로가 될 수는 없어요. 감자 껍질을 벗길 사람도 있어야죠."
나이로비 최대 쓰레기 집하장에서 매일 똑같은 음식을 만들어 파는 페이스 무토니에게 요리는 즐거움이 아니라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생업이다. 남편 없이 다섯 명의 아이를 키우기 위해 그는 중금속으로 뒤덮인 쓰레기 집하장에서 양배추 조각을 끄집어낸다. 밥 위에 볶은 양파와 양배추, 삶은 콩을 얹은 한 끼 식사의 가격은 290원(20 유로센트). 손님은 쓰레기를 뒤지러 오는 빈민들이다. 그 중에 좀 덜 가난하거나 '빽'이 있는 이들은 외국계 회사에서 수거된 쓰레기를 뒤지고 쥐뿔도 없는 이들은 가난한 동네에서 나온 쓰레기를 뒤진다. 쓰레기와 트럭과 사람이 뒤섞인 이곳에서 하루라도 더 삶을 연장하기 위해 무토니가 만드는 음식은 어떤 맛일까.
감수를 맡은 요리사 박찬일씨의 표현처럼 "음식과 요리란 결국 우리가 사는 시궁창 같은 세상의 복사판이라는 것"을 이 책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사진설명
텍사스 헌츠빌 월유니트 교도소에서 10년간 사형수들의 마지막 식사를 만든 브라이언 프라이스.
사형 집행인이 만든 햄버거 스테이크. 다진 쇠고기에 양파, 마늘가루, 계란, 밀가루 등을 넣고 버무려 모양을 잡은 뒤 프라이팬에 20여분간 굽는다. 치즈를 얹어 오븐에 구운 감자를 곁들인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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