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를 놓고 일본에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미국은 이번 일로 동북아 전략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신문은 비판적 논조…야스쿠니 대안론도
아사히ㆍ마이니치ㆍ도쿄ㆍ니혼게이자이 등 주요 신문들은 이번 일이 국익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비판적 태도를 취했다. 아사히는 "총리의 행위가 전쟁을 대하는 방식, 안보, 경제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이번 참배는 정당화할 수 없다"고 사설에서 주장했다. 니혼게이자이는 "국론을 분열시켜 무엇을 얻으려 하는가"라고 반문했고 마이니치는 "외교 고립을 초래하는 잘못된 길"이라고 비판했다.
대체 시설 건립 주장도 다시 나왔다. 오하타 아키히로 민주당 간사장은 "국민과 외국 정상이 모두 찾을 수 있는 장소를 만들어야 한다"며 대체 시설 공론화의 뜻을 밝혔다.
오자와 이치로 생활당 대표는 "야스쿠니를 원래 모습으로 되돌려 총리는 물론 일왕, 정치가도 참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분사론을 제기했다. 야스쿠니가 1978년 도조 히데키 등 A급 전범 14명이 합사된 뒤에야 외교적 논란에 휩싸였기 때문에 전범 명단만 삭제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2002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 참배 당시 대체 시설 설치가 논의되다가 자민당의 반대로 흐지부지된 적이 있고 전범 분사는 야스쿠니 측이 극구 반대하고 있어 대체론과 분사론의 실현은 미지수다.
외교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며 참배를 만류했던 자민당 일부 의원들이 불만을 터뜨리는데다 연립여당인 공명당이 아베 총리 책임론을 거론하고 있어, 아베 총리의 기대와 달리 향후 정국 운영이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당황한 미국, 동북아 전략 고민
참배 소식이 전해진 25일(현지시간) 저녁 미국 국무부에는 '아베 총리가 뒤통수를 쳤다'며 좌절하거나 황당해하는 분위기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동아시아 담당 외교관들에게는 이번 일이 '크리스마스 쇼크'로 받아들여졌다. 워싱턴의 외교소식통은 "미국 정부가 성명서에 유감, 우려도 아닌 '실망스럽다'라고 썼는데 동맹국의 행동에 이런 식의 표현은 거의 쓰지 않는다"며 "미국이 한국에게 이 말을 썼다면 한미동맹 이상 신호로 해석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고이즈미 총리가 2006년 야스쿠니를 참배했을 때 성명이 아닌 국무부 대변인 브리핑 형식을 취하며 일본 내부 문제라고 한 적이 있다. 따라서 이번 반응이 훨씬 강경해진 것이다.
미국의 이 같은 태도 변화는 아베 총리의 참배로 인해 한미일 안보체제를 축으로 하는 동북아 구상이 깨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일본의 긴장 조성으로 한국과 중국이 일본에 대립하는 구도가 형성되면 미국의 전략적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 중국 견제의 핵심 동맹이라는 일본의 위상까지 흔들지는 않겠지만 이번 일로 미국은 한동안 고민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미국은 주일대사관을 통해 성명을 발표하고도 국무부 웹사이트에 그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미국이 비난에 가까운 반응을 보이고도 형식에서는 일본을 배려한 것으로 보인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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