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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냐, 보존이냐' 폴란드 랜드마크에서 흉물로 '건축無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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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냐, 보존이냐' 폴란드 랜드마크에서 흉물로 '건축無常'

입력
2013.12.2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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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에서 공산정권 시대에 만들어진 건축물의 처리를 놓고 열띤 토론이 벌어지고 있다. 많은 비평가들 사이에선 1960년~1970년대 공산정권 시대에 지어진 건축물이 단지 잊혀진 과거의 추한 잔재만을 떠올리게 할 뿐이라며 철거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건축물이 가지는 장점이 많은 만큼 이것 역시 시대를 반영하는 국가의 소중한 유산 중 한 부분이라는 보존론자들의 주장 또한 만만치 않다.

'철거냐, 보존이냐'를 둘러싼 이 치열한 논쟁은 지난 20년간 전국에 걸쳐 이어져 왔다. 고층 빌딩 외에도 수도 바르샤바의 스카이라인을 형성하고 있는 기념비적인 문화궁전을 비롯해 거대한 중앙역 등도 포함돼 있다. 특히 최근 들어 이슈의 중심에 있는 건축물은 바로 중앙 바르사뱌에 있는 로툰다은행(사진)이라고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보도했다.

1966년 문을 연 이 은행은 당시만 해도 파격적인 왕관(크라운) 모양의 지붕 디자인으로 폴란드에서 가장 이색적인 건물로 꼽혔다. 이 때문에 도시를 상징하는 랜드마크가 됐으며, 누구에게나 인기 있는 약속 장소로도 각광을 받았다.

하지만 그 시대의 수 많은 건축물들처럼, 로툰다은행 역시 세월이 흐르면서 초라하게 변해 갔다. 수십 년에 걸쳐 노후화가 진행되면서 외관은 볼품 없이 바뀌었고, 내부도 환기와 냉방장치가 부족해 한 여름에는 사우나를 방불케 할 정도로 찜통이 된다.

은행측과 일부 비평가들은 구시대의 잔재로 남은 로툰다은행의 철거를 주장했다. 하지만 건축물이 지닌 역사적 자산을 더 가치 있게 여기는 일부 시민들이 철거 반대에 나섰다. 결국 로툰다은행은 왕관 형태의 디자인을 유지하면서 보수하는 쪽으로 최근 결론이 났다. 과거 공산주의 시대에 지어진 이 은행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의 문제가 폴란드 사회의 관심사안이었던 만큼, 나머지 건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전했다.

공산주의 시대에 만들어진 건축물을 제대로 보존하고 유지하자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건축가 야쿱 체스니는 "공산정권에 만들어진 건물들에 어떤 장점이 있는지를 대중에 알리기 위해 캠페인을 시작했는데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면서 "당시의 건물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하는 건축가들이 늘고 있는 만큼 미래를 낙관하고 있다"고 자신했다.

로툰다은행 외에 최근 논쟁에 뛰어든 공산정권 시대의 또 다른 건축물은 키엘체 도심에 있는 버스 정류장이다. 1950년대 만들어진 이 건축물은 미확인비행물체(UFO)를 닮은 형상이다. 이 정류장의 소유주인 PKS 버스 회사 측은 그러나 "너무 파손돼 있어 보수를 위해 돈을 투자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곧 무너질 수도 있다"며 유지 및 관리에 시큰둥한 반응을 나타냈다. 이에 화가 난 체스니는 "이 정류장은 아름답고 시적인 건축물"이라며 "기꺼이 고치고 단장할 용의가 있다면 이 건축물을 살려 낼 수 있겠지만 그 반대이면 그나마 도시에 남아 있는 문화유산은 영영 사라질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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