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ㆍ달러 환율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일본은행이 양적완화 조치로 시장에 엔화를 대량 쏟아 붓고 있는데다 최근 미국 경제지표가 개선되면서 달러가 강세를 보인 탓이다.
27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미 달러화 대비 엔화 환율은 장중 105엔을 돌파하면서 2008년 10월(104.85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달러당 85엔이었던 연초보다 20% 넘게 올랐다.
이날 엔화 약세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미국 고용지표 개선이다. 전날 미 노동부는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33만8,000건으로 전주(4만2,000건) 대비 20% 가까이 줄었다고 밝혔다. 미국의 경기회복세가 뚜렷해지면서 달러 강세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 여파로 뉴욕 다우존스산업평균과 S&P500지수 모두 사상 최고치를 갱신했다.
미 국채 금리도 3%대로 오름세다. 26일 미 10년물 국채 금리는 장중 2.998%까지 치솟았다. 반면 일본 10년물 국채 금리는 0.71%에 불과하다. 미 국채 금리가 오르면 엔화를 팔고 달러화를 매수하는 거래가 늘어나기 때문에 엔화 약세가 두드러진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미국이 이번 달부터 본격적인 양적완화 축소를 시작한 반면 일본은 추가 양적완화 조치를 언급하고 있기 때문에 통화정책 차별화가 부각되고 있다"라며 "내년 초 달러당 110엔까지 엔화 가치가 더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앞서 "인플레이션율이 2%대로 상승할 때까지 경기부양책을 지속할 것"이라고 강조해 시장에 돈을 더 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엔저 효과로 11월 일본 소비자물가는 5년 만에 1%대로 올라섰고, 고용지표 등 경제지표도 개선됐다.
엔저로 국내 수출기업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지만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전 연구원은 "일본 기업들과 경쟁 품목인 자동차 반도체 등은 이미 기술력 우위에 따라 세계시장 점유율이 확보된 상태"라며 "대일 수출 증가율이 다소 둔화한 측면은 있지만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유로화 대비 엔화 환율도 26일 장중 한때 143.54엔을 기록해 5년3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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