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이란. 이 사막의 땅에도 겨울에는 눈이 내리고, 아이들은 커다란 눈사람을 만들기 위해 흰 눈을 손꼽아 기다린다. 마침내 펑펑 눈이 쏟아졌을 때, 아이들은 배가 고프고 손이 시리도록 눈덩이를 굴려 세상에서 가장 큰 눈사람을 완성한다. 너무 기쁘고 뿌듯한 나머지 가장 아끼는 보물을 가져와 눈사람을 장식해주지만, 눈사람은 돌연 마을의 왕으로 군림하기 시작한다. "너희는 모두 내 명령에 따라야 한다." 이 부조리한 권력의 횡포에 아이들은 어떻게 대처할까.
세예드 알리 쇼자에 글을 쓰고 엘라헤 타헤리얀이 삽화를 그린 이 이란 그림책 은 두려움으로 인해 잘못된 명령에 복종하기 쉬운 아이들에게 정당하게 "아니오"를 말할 수 있는 용기를 불어넣어준다. 권력은 어른들의 전용어라고 여기기 쉽지만, 아이들이야말로 언제나 권력에 노출돼 있는 존재다. 진심으로 승복하는 삶의 태도로서의 복종. 아이들도 이것을 체험할 권리가 있다. 김시형 옮김. 분홍고래ㆍ40쪽ㆍ1만2,000원.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