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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12월 28일] 의료 민영화가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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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12월 28일] 의료 민영화가 뭐길래

입력
2013.12.27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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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민영화가 과연 뭐길래 인터넷 검색어 1위에 올랐을까. 여의도에서 전국의사궐기대회를 한 직후였다. 정부는 4대 중증질환의 보장성 강화, 치매의 장기요양 급여화, 국민부담이 큰 3대 비급여(상급병실료ㆍ선택진료비ㆍ간병비)의 제도개선 등 의료의 공공성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지난 13일 정부가 발표한 투자 활성화 대책을 계기로 느닷없이 '의료민영화'의 덫에 걸리고 말았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서 '민영화(privatization)'는 나쁜 용어가 되었다. 의료민영화는 보수와 진보를 갈라놓는 정치적인 프레임이 되고 말았다. 이념적 프레임 앞에서 어떤 팩트(fact)와 논리도 통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사실 투자 활성화 대책이 국공립 병원을 민영화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민간병원이 담당하는 공공의료 기능(건강보험)을 포기하겠다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왜 의료민영화로 매도되는 것일까.

당초 의료민영화는 영리법인 허용과 당연지정제 폐지, 민간보험 활성화 등을 의미했다. 의료서비스가 영리를 추구하면 환자부담이 급격히 늘어나고 의료이용이 부자와 빈자 간에 양극화된다는 논리였다. 정부의 이번 투자 활성화 대책에는 의료법인에 자회사 허용과 의료법인간 합병 허용, 법인약국 설립, 해외환자 유치와 해외진출, 유 헬스 활성화(원격진료) 등을 담고 있다. 어디에도 의료민영화는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의료민영화로 비판받는 배경에는 의료법인의 자회사 수익이 의료법인으로 흘러들어 가고, 의료법인의 수익이 자 법인을 통해서 유출할 수 있어져, 결국 의료법인이 사실상 영리병원화 된다는 관점 때문이다. 의료기관이 진료보다 이윤창출에 집중해 영리화되면 환자 부담은 늘 수밖에 없어 사실상 의료민영화라는 것이다. 사실 의료법인이 대형화되고 법인약국이 성행하면 동네 의원과 약국은 대형자본에 종속될 것이라는 우려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우리는 이 같은 의료민영화 논리에 대해 사실관계를 정확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우선 현재 병원들이 과연 영리를 추구하지 않고 있는가. 전체 병원의 55%는 개인병원이고 영리를 추구한다. 동네의원도 마찬가지다. 둘째로 이들 병원의 과잉진료로 환자부담이 늘어났는가. 현실은 그렇지 않다. 영리를 추구했던 많은 병원이 적자에 허덕이고 문을 닫고 있다. 병원의 15%는 학교ㆍ특수ㆍ사회복지ㆍ사단ㆍ재단법인이다. 이들에게는 자회사 설립이 허용되고 있다. 15%의 병원들이 자회사를 통해 영리를 추구했다면 영리병원화 된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의료법인은 병원의 30%를 차지한다. 이들 의료법인에 그동안 자회사 설립이 금지되었다. 이번 대책은 자회사 설립을 허용하여 형평을 맞추려 한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의료법인병원들이 영리화 되겠는가.

정부의 투자 활성화 대책에 대해 병원을 제외하고는 야당과 시민단체를 비롯한 의사협회, 약사회, 한의사협회가 등을 돌리고 있다. 의료계의 반대 전선이 넓은 것은 정부가 의료계에 대해 충분히 이해를 구하지 못한 탓이 크다. 의료법인이 자회사를 통해 왜곡된 영리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회계를 투명화하게 규제해야 한다. 한계에 다다른 국내 의료시장을 탈피하기 위해 의료서비스의 해외수출을 활성화해야 한다. 법인약국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동네약국들에게 새로운 경영모델로 거듭날 기회를 제공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원격진료는 동네의원이 대형병원에 대항하여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미래 진료패턴으로 발전할 수 있어야 한다.

의료서비스 투자 활성화 대책이 의료민영화의 덫에 걸려서는 안 된다. 정부는 관련 의료단체들이 현실을 직시하도록 이해를 구하고 우려가 현실화되지 않는다는 신뢰를 주어야 한다. 정부와 의료계, 국민이 윈윈하는 미래지향적인 의료발전을 위해 충분히 대화하고 협의해야 한다. 과거지향적인 의료민영화 논쟁과 소모적인 갈등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도대체 의료민영화가 뭐길래.

최병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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