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 2호선 강남역 11번 출구를 나서면 가로, 세로 각 6m, 높이 5m의 대형 조형물이 행인들의 눈길을 잡아 끈다. (사진)란 이름의 이 조형물은 투명한 공간 안에서 발광다이오드(LED) 모듈을 장착한 576개의 기둥이 상하로 움직이며 다양한 색상의 빛을 발산한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이 작품은 '고객의 삶을 더욱 찬란하게 만들겠다'는 현대자동차그룹의 글로벌 캠페인 '리브 브릴리언트(live brilliant)'의 일환으로 설치됐다. 27일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한 스튜디오에서 이 작품을 제작한 목진요(44) 연세대 디자인예술학부 교수를 만났다.
"예술과 기술은 원래 한 뿌리에서 나왔어요. 과거에는 예술가가 기술자이고 기술자가 예술가였던 셈이죠. 현대사회는 말로는 '융합'을 외치면서 이 두 가지를 자꾸 분리하려고 해요."
미디어 아트라는 장르가 예술과 기술 중 어떤 범주에 속하는지를 묻는 기자의 우문(愚問)에 목 교수는 이 같은 현답(賢答)을 내놓았다. 보는 재미(예술)에 움직임(기술)을 입히기 위해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까지 배웠다는 그는 "요즘은 오히려 미대 교수들보다 공대 교수들과 이야기가 더 잘 통한다"며 웃어 보였다.
목 교수는 국내보다 세계에서 더 많이 알려진 미디어 아티스트다. 스페인 구겐하임 빌바오 미술관과 미국 뉴욕 첼시 미술관 등 세계적인 미술관에 그의 작품이 전시됐다. 그 여세를 몰아 지난해 여수 엑스포 당시 사방의 벽이 움직이며 다양한 모양을 형상화하는 라는 작품을 현대차관에 설치했고, 서울 중구 신세계 백화점 외관도 LED를 활용해 새롭게 꾸몄다.
그가 미디어 아티스트를 꿈꾸게 된 시기는 1995년. 홍익대 시각디자인학과와 동 대학원 졸업 후 디자이너로서 영화 포스터 제작에 참여했다. 극장용 포스터와 달리 예술적 감각과 디자인을 가미한 포스터였다. 그러나 그가 만든 포스터는 거리에 걸린 지 얼마 안돼 일반 포스터로 교체됐다. "당시 디자인이라는 것이 너무 평면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목 교수는 "더 많은 사람의 이목을 끌기 위해'움직이는 디자인'을 해보기로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그 후 그는 미 뉴욕대(NYU)에서 인터랙티브 텔레커뮤니케이션 프로그램을 전공하며 기술과 예술을 융합하는 새 장르에 눈을 뜨게 됐다. 그의 졸업작품 가 뉴욕 휘트니 미술관에 전시됐고, 그는 이 작품으로 미디어 아트계의 칸 영화제라 불리는 오스트리아 '아르스 일렉트로니카'에 초청되는 등 속된 말로 그때 '확 떠버린' 셈이다.
그렇다면 그의 작품은 실용적인 측면에서 우리 일상에 어떤 쓰임새가 있는 것일까. 목 교수는 "스마트 폰은 전화와 컴퓨터 기술이 융합된 제품인데, 사람들은 이를 직접 보고 듣고 느끼기 전까지 그 필요성조차 몰랐다"며 "끊임없이 융합을 시도해야 새로운 수요가 개척되는 것"이라고 '창조 효과'를 강조했다.
박주희기자 jxp93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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