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간 맥이 끊겼던 가요계 밀리언셀러의 역사를 남성 그룹 엑소(EXO)가 다시 썼다. SM엔터테인먼트는 자사 소속 엑소의 정규 1집 'XOXO'가 26일까지 총 100만장의 누적 판매량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엑소의 앨범 'XOXO'는 우리말로 부른 '키스' 버전과 중국어로 부른 '허그' 버전이 지난 6월 동시에 발매됐고, 신곡을 추가하고 포장을 달리해 또 다시 2개국어로 부른 리패키지 버전이 8월 출시됐다. 처음 발매된 두 가지 버전의 음반은 총 47만 1,570장이 팔렸고, 리패키지 음반은 53만 6,007장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네 종류의 음반을 합산한 수치이긴 하지만, 한 가수의 앨범이 100만장 이상 팔린 건 2001년 김건모 7집, 지오디(god) 4집 이후 12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엑소의 기록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성탄절을 겨냥해 발매한 앨범 '12월의 기적'이 43만장, 데뷔 초 국내에서 활동하는 엑소-K와 중화권에서 활동하는 엑소-M으로 나눠 발매한 '마마'가 총 10만장이 더 팔려 엑소는 한 해 동안 무려 153만장의 음반 판매고를 기록했다.
엑소의 성과는 국내 음반 시장에서 아이돌 그룹의 역할이 얼마나 큰지 보여준다. 가요 음반 판매량은 불법 다운로드가 극에 달했던 2006~2007년 바닥을 친 뒤 조금씩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데 일등공신은 대부분 아이돌 그룹들이다. 국가 공인 차트인 가온차트에 따르면 2010년 앨범 판매량 1위는 소녀시대 2집(리패키지 버전 포함 총 33만 4,758장)이었고, 2011년은 슈퍼주니어의 5집(리패키지 포함 47만 3,242장)이었으며, 지난해는 슈퍼주니어의 6집이 리패키지 버전을 포함해 48만 622장 팔려 1위에 올랐다. 소녀시대와 슈퍼주니어는 엑소와 함께 SM엔터테인먼트 소속 그룹들이다.
SM엔터테인먼트가 중국과 대만, 동남아시아를 적극 공략할 목적으로 만들어 지난해 내놓은 엑소는 8명의 한국인과 4명의 중국인 멤버가 섞여 있는 그룹이다. 데뷔 1년 만에 국내는 물론 중국에서도 큰 인기를 모아 중국 바이두 페이디엔 시상식에서 '2013 바이두 인기그룹상'을 받았고, 음악풍운방 신인성전 시상식에서는 '2013 최고 그룹상'을 차지했다.
국내 가요 음반 시장의 90% 이상을 아이돌 가수들이 좌지우지하는 가운데 이들의 음반은 음원을 담은 매체라기보다 화보와 사진카드 등을 포함한 기념품에 가깝다. 제작비도 일반 CD에 비해 2, 3배 이상 많이 든다. 한 기획사 대표는 "유명 사진작가와 스타일리스트 등을 기용해 화보를 찍고 패키지를 만들 경우 음반 하나의 단가가 1만원이 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엑소는 팬덤이 음반 판매에 얼마나 중요한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빅뱅 같은 그룹이 팬들과 함께 나이가 들어가면서 빈자리가 커진 10대 팬덤 시장을 엑소가 싹쓸이하고 있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대중음악평론가 강태규씨는 "SM의 스타 시스템이 얼마나 진화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좋은 예"라면서 "동방신기와 빅뱅 이후 새로운 스타의 출현을 기다리고 있던 10대들에게 SM의 전략이 적중한 셈"이라고 말했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