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축구스타들이 모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장면이 있다. 페널티킥을 누가 찰 지를 놓고 팀 동료들끼리 실랑이를 벌이는 것이다. 페널티킥을 얻어낸 선수와 페널티킥을 차는 선수가 다를 경우엔 더 심한 신경전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27일(한국시간) 에버턴과 선덜랜드의 2013~14시즌 프리미어리그 18라운드가 열린 영국 리버풀의 구디슨 파크. 선덜랜드의 기성용(24)은 전반 25분 페널티 에어리어 안에서 상대 골키퍼로부터 반칙을 얻어냈다. 벤치와 동료들은 기성용이 선제골을 넣어주길 간절히 원했고, 기성용은 침착하게 페널티킥을 성공시켜 팀의 1-0 승리를 이끌었다.
지난해 8월 스완지시티에서 프리미어리그에 데뷔해 지난 9월 선덜랜드로 임대된 기성용이 정규리그에서 첫 골을 터뜨렸다. 지난 18일 캐피털원컵 8강전에서 첼시를 상대로 결승골을 뽑아내 잉글랜드 무대 데뷔골을 기록한 데 이어 9일 만에 프리미어리그에서도 첫 골을 넣었다.
기성용의 활약에 힘입은 선덜랜드는 리그 5위를 달리고 있는 강호 에버턴(승점 34)을 잡고 정규리그 7경기 만에 승리를 거뒀다. 시즌 3승(4무11패)째를 거둔 선덜랜드는 승점이 13에 그쳐 최하위에 머물고 있지만 17위 크리스털 팰리스(승점 16)와 3점 차이 밖에 나지 않는다.
벤치와 동료의 무한신뢰
기성용이 페널티킥을 만들어내는 장면은 이 경기의 하이라이트였다. 기성용은 전반 23분 에버턴 골키퍼 팀 하워드가 리언 오스먼에게 패스를 하는 틈을 놓치지 않고 재빨리 공을 낚아챘다. 당황한 하워드는 기성용을 막으려 태클을 했지만 반칙을 범해 퇴장을 당했다. 하워드의 퇴장으로 급히 골키퍼 장갑을 낀 조엘 로블레스는 기성용의 오른발 킥을 막아내지 못했다.
기성용의 페널티킥은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페널티킥은 아무나 찰 수 없다. 팀내에서 가장 킥이 좋고 강심장을 가진 선수들이 키커로 나선다. 최하위로 처져있어 승점이 다급한 팀에서 페널티킥을 찬다는 것은 거스 포옛 감독과 동료들의 신뢰가 있어야만 가능하다. 그 만큼 기성용의 팀내 입지가 탄탄하다는 뜻이다.
포옛 감독은 "페널티킥 키커로 나선 기성용이 압박감을 이겨내고 득점에 성공을 했다"면서 "기성용에게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고 믿음을 보냈다.
패스 성공률 100%
기성용은 현지 언론의 호평을 받았다. 영국 스포츠전문 채널 스카이스포츠는 기성용에게 양팀 선수를 통틀어 가장 높은 평점 9점을 줬다. 스카이스포츠는 "기성용의 패스 성공률은 100%였다. 걸출한 활약을 했다"고 평가했다.
축구 전문 매체 골닷컴 역시 기성용에게 팀에서 가장 높은 4점을 매겼다. 이 사이트는 "기성용은 전반전 최고의 플레이를 펼쳤다. 침착하고 자신감이 넘쳤다"고 극찬했다.
김보경과 맞대결 펼치나
프리미어리그 데뷔골로 자신의 주가를 높인 기성용은 이틀 만에 다시 공격 본능을 뽐냈다. 기성용은 29일 영국 웨일스의 카디프시티 스타디움에서 카디프시티와 프리미어리그 19라운드 원정 경기를 치른다.
이 경기에서는 기성용과 김보경(24)의 맞대결이 성사될지 관심이다. 팀내 입지가 확실한 기성용과 달리 김보경의 선발 출전 여부는 장담할 수 없다. 김보경은 27일 사우스샘프턴전에서도 후반 27분 교체 투입됐다.
노우래기자 sport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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