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이 찾아왔다. 잠 하나는 잘 자는 편이었는데, 올해는 계속 불면으로 고생했다. 잠을 붙잡기 위해 노력을 하면 할수록 잠은 더 멀리 도망간다. 따뜻한 우유를 마셔봐도, 샤워를 해봐도, 수면유도제를 먹어봐도 잠은 쉽게 찾아와주질 않는다. 잠이 오지 않을 때 억지로 자려고 하지 않는 게 좋다는 말을 듣고부터는, 잠이 오지 않을 기미가 보이면 컴퓨터를 켜고 책상 앞에 앉는 버릇이 생겼다. 그렇게 컴퓨터를 통해 이런저런 창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어느 사이 창이 밝아온다. 그런데 잠이 오지 않을 때 잠을 청하지 않는 것은, 오지 않는 잠에 대한 원망을 다소간 잊게 해줄 뿐 불면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닌 것 같다. 그것은 잠을 못 잔 것을 잠을 안 잔 것 정도로 치환해주는 트릭 아닌가. 잠을 못 자면 다음 날 일하는 데 지장이 있다. 점심을 먹고 나면 어김없이 식곤증이 몰려오기 때문이다. 이 식곤증 가히 살인적이다. 밤에 그렇게도 오지 않던 잠이 어쩌면 이렇게 혹독하고 무겁게 쏟아진단 말인가. 어쨌거나 잠은 평화의 산물이다. 다시 말해 걱정이나 근심 같은 것이 없을 때, 잠이 온다는 것이다. 내게 불면증이 왔다는 것은 내 일상이 평화롭지 못하다는 반증일 것이다. 불면증을 술이나 약 등으로 이기려 하기보다는 마음의 평정을 찾는 노력을 하는 것이 가장 좋은 해결책일 텐데, 이 방법이 또한 쉽지 않다. 아마도 그걸 찾으면 다 찾는 것이 될 것이다.
김도언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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