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 안철수 의원은 26일 야권의 전통적 텃밭인 광주를 방문해 "지역주의에 안주하고 혁신을 거부하며 상대방 폄하로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낡은 사고와 체제를 호남에서부터 과감히 걷어내 달라"며 민주당을 정면 비판했다. 안철수 신당이 본격 추진되면서 호남지역 민심이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신당의 호남 상륙이 향후 야권 주도권 경쟁의 신호탄이 될지 주목된다.
안 의원은 이날 광주 서구 치평동 NGO센터에서 열린 새정치추진위원회 광주 설명회에서 "국민이 바라는 새정치에 대한 열망을 야권 분열로 이야기하거나 함께 하는 분들을 폄하하는 것은 기득권적 시각의 발로"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이날 신당 설명회는 대전, 부산에 이어 세 번째로, 안 의원의 호남 방문은 신당 창당을 공식화한 이후 처음이다.
안 의원은 민주당을 겨냥해 "호남의 지지를 수권으로 보답하지 못하고 깊은 타성에 빠진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면서 "호남에서의 낡은 체제 청산은 거역할 수 없는 시대적 요구"라고도 했다. 지난 19일 새누리당의 아성인 부산에서 새누리당 독점 구조를 비판한 것처럼 민주당의 심장인 광주에서 민주당의 독점 구조를 비판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민주당을 '구체제' '청산 대상'의 강도 높은 표현으로 비판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안 의원의 공세는 민주당과의 정면 승부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호남지역의 신당 지지율이 민주당에 비해 3배 이상 높게 나타나는 등 호남의 '안풍(안철수 바람)'은 예상 외로 강하다. 따라서 안 의원 입장에서는 호남지역을 내년 지방선거에 앞선 야권 주도권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교두보로 볼 수 있다.
안 의원은 또 "새정추는 새누리당과 민주당을 뛰어넘어 한국정치의 전체를 바꾸겠다"며 "대한민국 정치의 창조적 확장과 재편에 호남이 함께해 달라"고 신당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여야 정치권을 향해선 "지난 1년간 반목과 대립, 증오와 배제의 정치행태를 새해부터는 끝내겠다고 국민 앞에 약속하자"고 제안했다.
안철수 신당에 대한 기대를 반영하듯 설명회가 열린 NGO 사무실은 지지자들로 북적였다. 설명회에는 안 의원을 비롯해 김효석 박호군 윤장현 이계안 공동위원장이 참석했고, 특히 지난 설명회에는 모습을 보이지 않던 장하성 고려대 명예교수가 동행해 눈길을 끌었다. 장 교수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신당의 유력한 광주시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추미애 광주서 북콘서트 "야권 분열 위기" 안철수 비판
한편 민주당은 안 의원의 호남 방문에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4선의 추미애 의원은 이날 광주 조선대 치과대학 대강당에서 열린 북 콘서트에 앞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야권은 또다시 분열의 위기에 놓여 광주와 호남 분들의 가슴에 상처를 주고 있다"며 안철수 신당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민주당 소속 박준영 전남지사도 전남도청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신당 지지도가 높다는 것이 확인되고 있다"면서도 "신당에 대한 도민의 지지 여부는 지금 시점에서 평가를 유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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