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산업계 최대 이슈는 '융합'이었다. 융합이 접목되지 않은 산업을 찾기 힘들 정도로, 올해 산업계는 고유 사업을 다른 업종과 결합해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융합이 화두였다.
정부가 융합을 통한 창조경제를 외친 탓도 있지만, 산업계 스스로 이미 포화된 시장을 벗어나 색다른 분야와 결합해 새로운 시장을 만들려는 의지가 강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융합은 기업들에게 생존 그 자체였다.
SK텔레콤은 가입자 포화상태인 이동통신시장에서 눈을 돌려 통신기술을 기반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만한 융합 사업을 모색하고 있다. 그 결과 찾아낸 사업이 바로 헬스케어 분야인 '헬스온' 사업이다.
헬스온은 SK텔레콤과 서울대병원이 합작 설립한 헬스커넥트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개인 맞춤형 건강관리 프로그램이다. 지난 3월 상용화한 이 서비스는 개인별로 체력측정 결과와 식습관, 운동량 등 생활 습관을 다각도로 분석해 스마트폰 전용 앱으로 최적의 건강관리 방법을 알려준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지난해 시범서비스 결과 3개월 만에 참가자 평균 체중이 8.8kg, 체지방량은 6.2kg 감소하는 성과를 거뒀다"며 "내년에는 서비스 대상을 본격 확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스마트 병원 솔루션도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4월 SK텔레콤에서 세계 최초로 선보인 스마트병원 솔루션은 스마트폰 등 다양한 IT기기를 활용해 환자와 보호자가 진료, 검사 접수는 물론 각종 병원 행정업무 처리까지 이동통신망을 통해 손쉽게 처리할 수 있다. SK텔레콤은 장기적으로 모바일과 결합된 체외진단 의료기기로 해외 시장 진출도 노리고 있다.
KT는 올해 IT 기술을 접목한 전력 관리 사업인 스마트 그리드에 많은 공을 들였다. 스마트 그리드는 통신망을 이용해 원격 검침하고, 요금 등을 납부하며 필요한 정보를 받을 수 있는 서비스이다.
KT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스마트 그리드를 건물관리와 결합해 빌딩 에너지 관리 시스템(BEMS)를 개발했다. 이 시스템을 사용하면 건물의 실시간 에너지 사용 현황을 IT기기로 일목요연하게 살펴보고 지나치게 에너지 소비가 많은 공간에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KT 관계자는 "용산 사옥에 BEMS를 적용해 13.7%의 에너지 절감효과를 거뒀다"며 "미국 뉴욕주립대병원, 버클리대학까지 대상을 확대하며 해외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융합 바람은 유통업계도 예외가 아니다. 커피전문점 할리스커피는 지난 9월 교보문고와 손잡고 북카페 매장인 합정점을 새로 열었다. 책 500여권을 매장 내 비치하고 전자책 전용 단말기를 설치해 관심을 끌며 서울 지역 매장 가운데 매출이 상위 10위에 들었다.
빈폴아웃도어는 특이하게 야구장과 협업했다. 한화이글스의 대전 한밭야구장에 '빈폴 아웃도어 글램핑 존'을 설치해 야구경기를 보면서 캠핑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덕분에 '글랭핌존'은 매 경기마다 만석을 기록하며 아웃도어 매출을 끌어 올렸다.
이밖에 자동차와 통신업체들과 결합해 스마트폰으로 자동차를 제어하는 텔레매틱스, 전자업체들이 인터넷으로 가전제품을 관리하는 스마트 가전 등도 성공적 융합 사례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각 분야에서 강조되는 융합이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있다"며 "실제 현장에서 더 활발한 융합 산업이 나오려면 장벽이 되는 제도 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희경기자 kstar@hk.co.kr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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