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조기총선 방침을 놓고 태국의 정국 불안이 심화하는 가운데 26일(현지시간)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해 경찰 1명이 숨지고 90여명이 부상했다. 태국 선거관리위원회는 "현 상황에서는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치르기 힘들다"며 내년 2월2일로 예정된 총선 일정을 연기할 것을 정부에 요청했다.
이날 유혈사태는 총선 후보자들의 투표용지 번호 추첨이 진행된 방콕 종합경기장 앞에서 수백명의 반정부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하면서 발생했다. 총선 보이코트 방침에 따라 추첨 진행을 저지하려던 시위대는 경찰 통제선을 뚫으려 돌을 던졌고 일부는 경기장 문을 부수려 트럭을 동원했다. 경찰 1,000여명은 최루탄과 고무탄을 발사하며 강력한 진압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경찰 한 명이 가슴에 총을 맞고 병원에 옮겨졌으나 숨졌다. 경찰은 "시위대가 실탄을 발사했다"고 주장했다. 지난달부터 이어지고 있는 반정부 시위 국면에서 사망자가 발생한 것은 이달 1일 친정부-반정부 시위대의 충돌로 3명이 사망한 이후 20여일 만이다.
폭력 사태가 격화될 조짐을 보이자 선관위는 이날 총선 일정을 연기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솜차이 스리수티야쿤 위원장은 "선관위가 정치에 개입할 의도는 없지만 평화적 선거를 치를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선관위는 이달 9일 잉락 친나왓 총리가 의회를 해산하자 의회 해산일로부터 60일 안에 총선을 실시하도록 규정한 헌법을 근거로 내년 2월2일을 선거일로 지정했었다.
태국 정부는 선관위의 권고를 거부했다. 퐁텝 텝칸차나 부총리는 "총선 날짜는 헌법에 따라 정해진 것이며 정부가 이를 변경할 수 있는 권한은 헌법과 법률 어디에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선거 연기는 더 심각한 폭력을 야기할 것"이라고도 했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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