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자들이 자활을 다짐하는 대회가 열렸다. 글쓰기를 통해 자신을 뒤돌아보면서 이들이 떠올린 단어는 '가족'이었다.
경기도평생교육진흥원(원장 이성)과 경기대(총장 김기언) 인문과학연구소는 26일 수원 경기대 본관에서 '경기도와 함께하는 이웃의 인문학' 수료식을 가졌다. 이날 수료식에는 인문학 과정을 마친 22명 중 17명이 참가해 소감을 발표했다.
앞서 진흥원은 노숙인에게 삶의 의미를 부여하고 자활의지를 높이기 위해 지난 9월부터 총 30명의 노숙인에게 글쓰기, 예술, 철학, 체육 등의 자활 프로그램을 제공해왔다. 노숙인들은 '수원다시서기센터 직원들이 직접 만나 면담을 통해 선정했다.
노숙인 이형삼(가명)씨는 "대학교 강의실이 낯설고 어색했지만 그림과 글쓰기, 체육수업을 하면서 두려움이 없어졌다"며 "내가 왜 노숙인이 됐는지 남 탓만 하다가 나를 돌아보고, 가족을 생각하면서 잘못을 바로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노숙인인 노찬규(가명)씨는 "뭔가를 배우는 건 남의 얘기라고 생각했지만 수업을 들을수록 가족이 떠올라 견딜 수가 없었다"면서 "해와 구름처럼 없는 듯 있는 듯 남에게 도움이 되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노숙인들은 수업 과정에서 작성한 글과 그림을 전시했으며 이날 각각 5분 가량 소감을 발표했다.
진흥원 이성 원장은 "이날 참가한 노숙인 중 2명은 취업에 성공했으며 1명은 노숙자 생활을 벗어났다"면서 "단순한 것 같지만 글쓰기와 그림을 통해 노숙인들이 닫혀있던 마음을 열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용기를 가져 기쁘다"고 말했다.
경기대 인문과학연구소는 이들 중 희망자를 선정해 추가 수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범구기자 eb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