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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연 전문 배우? 즐겁게 일하는 게 더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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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연 전문 배우? 즐겁게 일하는 게 더 중요"

입력
2013.12.26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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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까지 솔직할 수 있을까. KBS 월화 드라마 '총리와 나'의 배우 채정안(37)을 두고 한 말이다. 그는 최근 몇 년간 메인 주인공이 아니라 그들을 받쳐 주는 서브 주인공을 맡아왔다. 시청자들에게 익숙한 모습은 늘 남자 주인공을 짝사랑하거나, 남자 주인공이 그를 사랑했다가도 변심하는 장면들이 대부분이다.

최근 만난 채정안(37)은 이러한 전개 방식에 대해 "두 번째(서브) 여자 주인공들의 운명이 대게 그런 듯하다"며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았다.

채정안은 '총리와 나'에서 총리 권율(이범수 분)의 대학 후배이자 국회의원 시절부터 보좌해 온 국무총리 공보실장 서혜주 역이다. 냉철하고 똑똑하지만 사랑 앞에서는 바보스러울 정도로 소심하다. 오랫동안 권율을 짝사랑해오고도 고백 한 번 못하는 게 서혜주다.

"극중에서 사랑에 실패하거나 성공하는 것을 보여주기보다는 서혜주가 인물 관계 속에서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음… 짝사랑만 해야 하는 게 조금 답답하긴 하지만요. 호호."

드라마의 결말은 안 봐도 뻔하다. 서혜주의 짝사랑은 이루어지지 않을 테니까. 채정안도 "권율이 이렇게 예쁜 공보실장을 두고 남다정(소녀시대 윤아 분)을 사랑하는 게 이해할 수는 없지만(웃음), 나중에 시청자들이 극중 저의 모습에'저런 여자가 있으면 좋겠다'고 하는 반응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토록 여유로운 답변은 연기 경력 15년차의 배우이기 때문이리라. 채정안은 KBS '해신'(2004) 때부터 서브 여주인공 역할을 마다하지 않으며 안방극장을 찾았다. 그는 장보고(최수종 분)를 사랑하지만 묵묵히 조언과 도움을 주는 채령이었다. MBC '커피프린스 1호점'(2007)에서는 두 남자 주인공들의 사랑을 받지만 나중에는 결혼을 약속한 사람마저 고은찬(윤은혜 분)에게 흔들리면서 상처를 입는 한유주로 등장했다. 조폭 두목의 여자였지만 그의 부하를 짝사랑하는 백성주로 변신했던 MBC '남자가 사랑할 때'(2013)도 있다.

"제가 할 수 있는 연기의 영역이 바뀐 것이죠. 메인 타이틀 롤로 연기할 수 있는 역량의 문제가 아닌 것 같아요. 제가 하고 싶고 할 수 있는 작품을 기다리기보다 제가 만들어 가는 게 더 중요해서 지금은 쉬지 않고 일하는 게 좋아요. 그 속에서 더 의미 있는 걸 찾아내는 게 중요해요."

그렇다고 메인 여주인공 자리가 욕심나지 않다면 거짓말이 아닐까. 채정안은 이 점에 대해 부인하지 않았다. "20대 때는 작품 선정 기준으로 비중이나 분량, 심지어 화면에 나오는 이름 순서까지 중요하게 여긴 적이 있어요.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것들이 무의미하다는 걸 알고 있죠. 앞으로는 '어떻게 하면 더 즐겁게 일하지?'가 더 중요해졌어요. 재미있는 요소들을 찾아내는 거죠."

그는 '총리와 나'에서 호흡을 맞추는 아이돌 그룹 소녀시대의 윤아를 "너무 예쁘고 연기도 잘한다"고 칭찬했다. "제가 같은 20대였다면 경쟁 구도를 만든 환경 때문에 시기와 질투를 했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30대 여배우가 낼 수 있는 연기와 분위기가 있기 때문에 제게 주어진 몫을 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역할에 대한 욕심보다는 주어진 연기에 최선을 다해야 오랫동안 배우로 머물 수 있지 않겠어요?"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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