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 건물 민주노총 본부에 경찰이 강제 진입한 이후 행적이 묘연했던 김명환 철도노조 위원장이 4일 만인 26일 민주노총에 다시 나타났다. 경찰이 즉각 경향신문사 건물을 둘러싸고 노조원들과 대치하며 또 한번 일촉즉발의 전운이 감돌고 있다.
정호희 민노총 대변인은 이날 오후 6시 9분쯤 자신의 트위터에 “김명환 철도노조 위원장이 오후 6시 현재 민노총에 다시 들어왔다. 경찰의 침탈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건물 밖에서 총력 결의대회를 마친 노조원들은 즉시 출입구를 봉쇄했고, 민노총에서 대기 중이던 취재진을 퇴거시켰다. 경찰은 기동대 1,500여 명을 주변에 배치해 22일 강제 진입 전의 살얼음판 같은 분위기가 다시 연출됐다.
김 위원장은 민노총 사무실에서 언론과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국민과 함께 하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고 민노총으로 돌아왔다”며 “27일 오전 9시 30분 노조의 입장과 향후 방안 등에 대해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체포영장 집행을 위한 경찰력 재진입 여부는 법과 절차에 따르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놓고 있지만 나흘 전 5,500명을 동원하고도 지도부를 한 명도 체포하지 못한 전력이 있어 재진입을 결정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야간에 충돌이 벌어질 경우 부상 등 피해가 발생하기 쉽고, 경향신문사 건물 구조가 복잡해 검거 실패를 되풀이할 가능성도 크다. 체포영장만 갖고 강제 진입한 것을 두고 적법성 논란까지 일고 있는 마당에 다시 작전에 실패한다면 경찰은 회복 불능의 타격을 입게 돼 지휘부가 책임을 져야 할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
한편 김 위원장의 지난 4일간 행적을 놓고 노조와 경찰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정 대변인과 김 위원장은 “다시 돌아왔다”고 밝혔고, 경향신문사에 있던 노조원들도 “결의대회 뒤 등산 모자와 마스크 차림으로 다른 노조원들과 섞여서 들어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찰은 “22일 나오지 못하고 건물 안에 은신해 있었다”고 반박했다. 김 위원장이 강제 진입 전에 건물을 빠져 나갔다가 이날 돌아 왔다면 2개 중대 160여명이 건물을 에워싼 채 형사 20명이 24시간 8개의 출입구를 지켜 온 삼엄한 경찰 경비가 또 뚫렸다는 얘기가 된다.
경찰 관계자는 “다시 들어갔다는 말은 강제 진입 전에 빠져나갔다는 종전의 주장을 정당화하기 위해 위장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조아름기자 archo1206@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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