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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피 열 내리면 머리 난다고? 피부과 전문의들 "의학적 근거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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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피 열 내리면 머리 난다고? 피부과 전문의들 "의학적 근거 없어"

입력
2013.12.26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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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피의 열을 내려 드립니다.'

요즘 이런 광고를 내건 병ㆍ의원이나 미용업소가 적지 않다. 머리 피부에 열이 많아서 머리카락이 많이 빠지니 열을 내리면 탈모를 막을 수 있다는 소린데, 언뜻 들으면 그럴 듯하다. 하지만 피부과 전문의들은 "의학적으로 근거가 없다"고 잘라 말한다. 탈모는 유전이나 호르몬의 영향으로 생기는 증상이지 두피의 열과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서울대병원 피부과 권오상 교수가 탈모 증상을 둘러싼 갖가지 오해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줬다.

'탈모=두피 열'이라는 오해가 나온 이유는 머리카락이 많이 빠지는 사람 중에 두피가 불그스름한 이들이 종종 있어서다. 간혹 머리 피부가 뜨끈뜨끈하거나 따갑거나 타는 듯한 느낌이 탈모와 동반되기도 한다. 이런 경우는 보통 자외선에 지속적으로 오래 노출된 탓에 두피 일부가 손상됐거나 지루피부염, 홍반성두피증후군, 알레르기접촉피부염 같은 피부질환이 생겼기 때문이다. 두피의 모낭 주변에 염증이 나타나고, 여기서 발열반응이 일어나면 부분적으로 열감이 느껴지는 것이다. 결국 두피의 열은 염증에 따르는 2차적인 증상이지 탈모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다. 게다가 의학적으로 의미 있는 온도 변화라고도 보기 어렵다. 사람의 체온은 뇌 시상하부가 항상 일정하게 유지하기 때문에 두피의 온도가 다른 부위에 비해 유독 높아지는 경우는 거의 드물다.

피지가 너무 많이 분비되면서 가려움증, 발진, 각질(비듬) 등이 생기는 지루피부염이 두피에 있으면 머리카락이 빠지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 일시적인 현상이고, 궁극적으로 탈모나 대머리로 계속 진행되지는 않는다. 지루피부염을 앓는다 해도 두피를 기름기나 먼지 없이 청결하게 유지하고 음주나 과로 등을 피하면 탈모를 막을 수 있으며,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빠졌던 머리카락은 다시 난다.

피부질환이 있거나 자외선에 손상된 두피라고 해서 무조건 탈모가 생기는 것도 아니다. 이런 상태로 진단된 환자 중에서도 유전이나 남성호르몬의 영향 같은 일반적인 탈모 요인을 함께 갖고 있는 경우가 상당수다. 남성호르몬이 탈모의 원인이라고 하니 어떤 사람들은 운동을 하거나 근육을 키우면 머리카락이 빠진다고 오해한다. 하지만 남성호르몬의 혈중 농도와 탈모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탈모를 일으키는 물질은 남성호르몬 자체가 아니라 특정 효소의 작용으로 남성호르몬의 형태가 변한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이기 때문이다. DHT에 유독 민감한 사람이 주로 탈모(남성형 탈모)를 겪는 것이다. DHT는 머리카락의 수명을 줄이고, 다 자란 머리카락을 솜털처럼 바꿔 결국 떨어지게 만든다.

다만 다이어트를 위해 무리하게 운동하거나 몸무게를 지나치게 빼면 영양 불균형으로 일시적인 탈모 증상이 나타날 수는 있다. 이럴 땐 운동량을 조절하고 영양 상태를 회복시키면 대부분 자연적으로 나아진다. 간혹 갑상선호르몬 이상 같은 내분비계질환이나 자가면역질환이 탈모를 일으키기도 한다. 이런 경우는 탈모가 병의 징후일 수 있다. 탈모가 계속되면 병원에 가서 정확한 원인을 알아봐야 하는 이유다.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다는 등의 광고로 탈모 방지나 발모 촉진 효과를 강조하는 샴푸까지 등장했다.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 만하다. 그러나 이들 제품은 대부분 의약품이 아니라 의약외품이다. 의약외품에 대한 검증은 대개 제조 공정이나 함유 성분의 안전성을 따진다. 탈모 치료 효능을 의학적으로 검증받은 건 아니라는 얘기다. 약이 아닌 탈모 방지 제품은 탈모 예방을 돕는 보조적인 수단일 뿐이다. 국내에서 시판되는 의약품 중 FDA가 탈모 치료 효과를 공식 승인한 건 먹는 성분 피나스테리드와 바르는 성분 미녹시딜 두 가지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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