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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을 나누는 사람들

입력
2013.12.26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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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부평구 십정동 쪽방촌 주민들은 인천연탄은행으로부터 한 집당 400~600장씩 연탄을 지원받아 매년 겨울을 난다. 대부분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인 이 동네 주민들은 겨우내 쓸 연탄이 배달될 때 고마움의 표시로 연탄을 나르는 자원봉사자들에게 컵라면을 끓여주거나 어묵을 삶아 대접해왔다. 주민들은 겨울이 되면 한푼 두푼 모아 음식을 준비하지만 변변한 식사 한끼 대접하지 못하는 점을 늘 안타깝게 생각했다.

그런데 올해는 작은 성의마저 보일 기회가 없었다. 후원의 손길이 예년보다 줄어든 탓에 연탄은행에서는 대량의 연탄을 한꺼번에 지원할 수 없었고, 조금씩 나눠 연탄이 배달되다 보니 주민들은 음식을 대접할 날짜 잡기가 애매했던 것이다.

결국 주민들은 라면, 어묵 값으로 모인 20만원을 인천연탄은행 대표 정성훈 목사에게 건넸다. 주민들에겐 배달료를 제외하고 연탄 400장을 구입할 수 있는 적지 않은 돈이었다.

정 목사는 한사코 거절했지만 주민들은 “그래야 우리 마음이 편하다”며 고집을 부렸다. 쪽방촌 주민 이일심(48)씨는 “연탄 기부가 많이 줄었다는 목사님 말씀에 주민 30여명이 십시일반해 드리기로 한 것”이라며 “적은 돈이지만 이거라도 보태면 목사님이 다른 곳을 도울 때 조금 낫지 않을까 싶었다”고 말했다.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로 ‘시대의 안부’를 묻는 것이 화두로 떠오른 요즘 이처럼 주변 이웃들의 안부를 변함없이 챙기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하루 매출액을 모아 이웃 돕기에 쓰는 상인들도 있다. 인천 남동구 구월1동 이가네찹쌀순대 이금녀 사장은 이달 19일의 하루 매출액 540만5,430원을 어려운 이웃을 돕는데 써달라고 동 주민센터에 전달했다. 이 사장은 9년 전부터 매년 12월 중순 중 하루를 나눔의 날로 정해, 하루 매상 전액을 기부하고 있다.

이 사장은 “친정 어머니가 돌아가신 해부터 우연찮게 나눔의 날 행사를 하게 됐다”며 “손님들이 부담스러워 할 까봐 현수막도 붙이지 않는데 행사 취지를 알고 일부러 오시는 분들도 많다”고 말했다.

인천 부평구 청천2동 진천토종순대 이성인 사장도 최근 하루 매출액 333만6,000원을 동 주민센터에 전달했다. 이 대표는 2004년부터 올해까지 한 해도 거르지 않고 12월에 일일 음식 나누기 행사를 열어 당일 매출액을 쾌척하고 있다. 올해까지 기부한 누적금액은 5,153만1,000원에 이른다.

최재현 구월1동장은 “연말연시면 적지 않은 상인들이 돈과 물품을 기부하지만 자신의 신분이 알려지지 않게 해달라고 한다”며 “최근 쌀 20㎏짜리 50포와 쌍화탕 100병짜리 10박스를 기부한 음식점과 약국 대표도 있었다”고 말했다.

올 한해 인천지역에선 1억원 이상 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 신규 가입자가 18명에 달했다.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2007년 12월 지역 아너 소사이어티를 설립한 이후 지난해까지 6년간 가입한 숫자(16명)보다 많은 기부 천사가 올해 탄생한 것이다.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 관계자는 “아너 소사이어티 가입자들은 주변 사람들에게도 가입을 적극적으로 권유하는 등 기부 운동을 확산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이환직기자 slamh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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