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연구기관이 병원에서 쓰이는 혈압계 477개의 정확도를 조사한 결과 10% 이상이 오차 범위를 넘었다. 건강 상태를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인 혈압이 부정확하게 측정될 수 있다는 얘기다. 가정에서 쓰는 혈압계도 마찬가지다. 혈압을 자주 확인해야 하는 환자들은 1년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가정과 병원의 혈압계를 비교 점검하고, 올바른 혈압 측정법을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고 전문의들은 조언한다.
정확하게 측정하려면 우선 혈압계 보관부터 유의해야 한다. 튜브가 꺾인 상태로 놓거나 직사광선에 노출시키거나 온도가 높은 장소에 두면 안 된다. 튜브에 갈라진 틈이 없는지도 자주 확인해야 한다. 가정에 혈압계를 두고 자주 재봐야 한다면 자신에게 맞는 혈압계가 어떤 종류인지를 먼저 의사와 상의하고 구입하는 게 좋다. 예를 들어 아날로그형(수은) 혈압계는 청진기로 심장 박동을 들을 줄 알아야 하고, 심장 박동이 불규칙한 환자에게는 디지털(전자) 혈압계가 적합하지 않다.
혈압은 몸 상태나 자세, 시간 등에 따라 수시로 변한다. 아무 때나 재면 안 되는 이유다. 담배를 피우거나 커피를 마셨다면 30분이 지나 재고, 5분 이상 편안히 앉아 있고 나서 팔을 심장 높이에 놓고 측정해야 한다. 술을 마셨을 땐 정확한 혈압을 알 수 없다. 대부분은 평소보다 올라가지만, 사람에 따라 오히려 떨어지기도 한다. 보건복지부 국민고혈압사업단의 박종춘 전남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정확한 혈압을 알려면 2분 간격으로 2번 이상 재서 평균을 내고 2, 3일 간격으로 다시 측정해보길 권한다. 처음 두 번 잰 혈압에서 차이가 5mmHg 이상 나면 추가로 재 평균을 낸다"고 설명했다.
팔이 아니라 손가락이나 손목에서 혈압을 측정하는 기계도 있는데, 이런 혈압계는 자세나 기온 변화에 따라 측정 값이 크게 변한다고 알려져 있다. 양쪽 팔에서 측정한 혈압이 다른 경우도 있다. 건강한 사람도 10mmHg까지는 차이를 보일 수 있지만, 30mmHg 이상 혈압 차이가 계속되는 경우엔 낮은 쪽 팔의 혈관에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이 있다. 이럴 땐 보통 높은 쪽 혈압을 기준으로 치료 방향 등을 고려한다.
혈압은 주기적으로 측정하는 게 바람직하다. 박 교수는 "정상 혈압이라도 적어도 2년마다 한 번씩은 확인하고, 고혈압 전 단계라면 매년, 고혈압 환자라면 한두 달 간격으로 재확인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