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 중심가인 지요다(千大田)구에 있는 야스쿠니(靖國)신사는 일본 전통종교인 신도(神道)의 사당이다. 일본 전역 8만여개 신사 중 규모가 가장 큰 야스쿠니는 전국 52곳에 설치된, 국가를 위해 죽은 사람만 가려 기리는 호국(護國)신사의 본산이다.
야스쿠니의 전신은 1869년 창건된 도쿄 초혼사(招魂社)로 1879년 일왕의 명령에 따라 지금의 이름으로 바뀌었다. 유골이나 위패 없이 명부를 봉안하고 제사를 지내는 이곳에는 메이지유신 관련 전투, 청일전쟁, 러일전쟁, 만주침략, 중일전쟁, 태평양전쟁 등에서 숨진 전사자 246만여위(位)가 합사돼 있다. 경내에 설치된 군사박물관에는 가미가제 비행기, 인간어뢰 등 태평양전쟁 당시 자살공격을 찬양하는 물품이 버젓이 전시돼 있다.
순국을 미화하며 군국주의에 대한 향수를 부추기는 시설로 의심받아온 야스쿠니가 국제적 비난 대상이 된 것은 일본이 1978년 도조 히데키(東條英機) 등 태평양전쟁 A급 전범 14명을 비밀리에 합사하면서다. 이들이 전범이 아니라 공무 수행 중 숨진 순난자(殉難者)라는 억지 논리를 합사의 명분으로 내세운 일본 정부는 이후 총리, 각료를 비롯한 정치인의 참배를 이어가며 과거 식민지배와 침략전쟁을 정당화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일본은 또한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의 지배를 받던 한국ㆍ대만인을 '천황의 나라를 지킨 영웅'이라며 야스쿠니에 무단 합사해 유족들의 철회 소송이 잇따르고 있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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