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는 우익 세력 집결을 위한 퍼포먼스의 성격이 강하다. 우익이 기대하는 참배를 계속 미루면 그들에게 실망감을 안기고 정권 기반이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아베는 지난해 12월 중의원 선거를 앞두고 "1차 총리 임기(2006∼2007년) 중 야스쿠니를 참배하지 않은 것은 통한의 극치"라며 "총리가 되면 연 1회 참배하겠다"고 공언해 우익의 지지를 끌어 냈다.
아베는 그러나 총리 취임 후 4월 야스쿠니 춘계예대제, 일본 패전일(8월 15일), 10월 추계예대제 등의 행사 때 다른 각료들은 참배하도록 하되 자신은 공물 봉납으로 대신했다. 한국 및 중국과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서라는 게 표면상의 이유였다. 하지만 추계예대제 당시 참배 의사를 비쳤다가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의 만류로 포기했다는 보도에서 확인할 수 있듯 참배의 의지는 여전히 강했다.
일본 우익은 어쨌든 총리가 참배를 하지 않는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아베 총리가 야스쿠니에 간다는 것은 말뿐'이라는 뜻의 '간다간다 사기'라는 유행어가 나돌 정도다. 이달 초 특정비밀보호법을 강행 처리한 뒤 지지율이 취임 이후 처음 40%대로 떨어지자 아베는 위기감에 휩싸였다. 고민하던 아베는 결국 우익을 끌어안고 지지율을 올리는 쪽을 택했다. 여기에는 한국ㆍ중국과의 연내 정상회담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인식도 한몫 했다. 아베는 취임 이후 한중과 정상회담을 희망했으나 성사시키지 못했다. 한국의 한빛부대에 실탄을 제공한 것이 한일간 신경전으로 이어지고 집단적자위권 행사를 위한 헌법해석 변경 등 안보 문제의 처리를 앞두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베의 참배는 일본에서도 반발을 사고 있다. 자민당과 연립여당을 꾸리고 있는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쓰오(山口那津男) 대표는 "아베 총리와 전화 통화에서 참배에 찬성하지 않는다고 했다"고 불쾌감을 나타냈다. 아사히 신문은 "정권 운영의 기조를 보수로 바꿀 것이라는 메시지"라고 해석했으며 요미우리 신문은 "미일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는 "후텐마 미군기지 이전이라는 선물을 미국에 안겼다는 판단에 이번 참배에 대한 미국의 반발도 잠재울 수 있을 것이라고 과신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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