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파업이 19일째로 접어들면서 국민 불편과 산업계 피해가 커지고 있지만 사태 해결에 주도적으로 나서야 할 정부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어제 코레일과 철도노조가 모처럼 대화를 재개한 것도 조계종의 중재로 이뤄진 것을 보면 정부의 무능을 탓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당초 노조가 파업을 예고했을 때에도 사태를 안이하게 판단했다. 막상 파업에 들어가자 대량 징계와 체포영장 발부 등 판에 박힌 강경책만 쏟아냈다. 일찌감치 기선을 제압하면 조기에 무력화될 것이라고 생각해 설득과 대화 등 다양한 대비책을 염두에 두고 있지 않았다.
사태가 꼬이고 악화한 데는 박근혜 대통령 주변에 노사문제 전문가가 없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일관되고 원칙적인 정책 목표를 견지해 나간다고 해서 수단과 방법에까지 융통성과 유연성을 아예 차단하고 나서서는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힌 노사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노사문제에 전문성을 갖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는 청와대 참모는 찾아보기 어렵다.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철도산업 경쟁력 강화의 필요성 등 대국민 홍보는 물론 철도노조에 대한 설득에 소홀했다. 노사관계를 담당하는 고용노동부는 민주노총에 이어 한국노총까지 정부에 등을 돌리는 최악의 상황으로 빠져드는데도 수수방관했다. 경찰은 철도노조 지도부가 민주노총 본부에서 빠져나간 줄도 모르고 일부 지도부가 조계사로 피신하는 것도 파악하지 못하는 등 정보력에서 한계를 드러냈다.
정부는 철도파업 2주일이 지난 24일에야 정홍원 국무총리 주재로 관계장관 회의를 소집하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나섰다. 뒤늦게 대국민 홍보 강화니, 철도파업 피해상황 실시간 점검이니 하며 부산을 떨고 있다. 박 대통령도 정부 각 부처의 미숙한 대응을 강하게 질책했다는 얘기가 나오는 걸 보면 정부의 무능력과 무대책이 보통 심각한 게 아니다. 코레일과 철도노조가 일단 대화를 재개한 만큼 이제라도 사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노사 양측이 끝장토론을 해서라도 파업이 조속히 종결되도록 정부가 지원할 건 지원하고 설득할 건 설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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