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ㆍ고발이 복잡하게 얽혔던 신한금융그룹 비리 사태에 대한 항소심 재판에서 신상훈(65)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과 이백순(61) 전 신한은행장의 희비가 엇갈렸다. 라응찬(74) 전 신한지주 회장이 내친 신 전 사장은 주요 혐의가 대부분 무죄 판결을 받아 벌금형으로 감형된 반면, 라 전 회장의 최측근인 이 전 행장은 원심과 같이 유죄가 인정됐다.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 임성근)은 26일 신 전 사장에 대해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벌금 2,00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이 전 행장에 대해선 1심과 같이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신 전 사장은 고 이희건 전 신한금융지주 명예회장과 경영자문계약을 체결한 것처럼 꾸며 2005~2009년 경영자문료 명목으로 15억6,600만원의 비자금을 조성해 유용하고, 2010년 신한지주의 재일교포 주주 양모씨로부터 2억원을 불법 증여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원심은 경영자문료 중 13억500만원은 무죄, 나머지 돈과 불법 증여는 유죄로 판단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불법증여 부분은 "증거가 부족하고 동기가 없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경영자문료 2억6,100만원에 대해서도 "이상득 전 의원 측에게 전달했을 것으로 의심되는 일명 '남산 3억원'을 마련하라는 라 전 회장의 지시로 조성된 것"이라며 신 전 사장이 개인적으로 쓰지 않았고 해당 금액을 공탁한 점 등을 참작해 벌금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특히 "라 전 회장 측이 신 전 사장을 고소하면서 시작된 이번 사건은 고소 경위와 의도가 석연치 않고 내용도 대부분 사실이 아니었다"면서 "라 전 회장은 자신에게 불리하거나 신 전 사장에게 유리한 부분에 대해서만 알츠하이머 때문에 기억이 안 난다고 진술을 회피하고 검찰도 공소사실을 입증할 구체적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반면 재판부는 2009년 신한지주의 재일교포 주주 김모씨로부터 5억원을 불법 수수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 전 행장에 대해서는 "포괄적 대가 관계가 인정된다"며 유죄를 인정했다. 이어 "금융기관 업무가 국가 경제정책과 국민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점을 고려해 금융기관 종사자의 높은 청렴의무를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앙형 이유를 설명했다.
2010년 9월 신한은행 측이 신 전 사장을 횡령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소하면서 시작된 '신한사태'는 신 전 사장과 라 전 회장 측의 폭로전과 법정공방으로 이어져 그룹 전체에 깊은 상처를 안겼다. 신 전 사장은 선고 직후 "(법정에서) 용기를 내 진실을 말해 준 직원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며 "상고 여부는 변호인과 상의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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