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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리 스캔들로 위기 몰린 에르도안 '개각 카드' 꺼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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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리 스캔들로 위기 몰린 에르도안 '개각 카드' 꺼냈으나...

입력
2013.12.26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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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장관 3명이 연루된 초대형 비리 스캔들로 위기에 몰린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가 대규모 개각 카드를 꺼내 들었다. 하지만 비리에 연루돼 사퇴한 측근 장관이 에르도안의 동반 사퇴를 공개적으로 촉구한데다 여론 또한 부정적이어서 정국 혼란은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에르도안 총리는 25일(현지시간) 밤 압둘라 귤 대통령과 긴급 회동한 뒤 부총리 1명과 장관 9명을 교체하는 개각을 전격 단행했다. 터키 내각의 절반을 바꾸는 대규모 인사다. 에르도안은 개각을 발표하며 "대상의 일부는 이번 비리 사건과 연관됐고, 일부는 내년 3월 지방선거 출마로 사임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앞서 이날 오전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각자의 아들이 사법 처리된 장관 3명은 사퇴 의사를 밝혔다. 아들이 구속된 무암메르 귤레르 내무부 장관과 자페르 차을라얀 경제부 장관은 사의를 표명하며 아들의 결백을 주장했다. 반면 건설허가 비리 혐의로 아들이 입건된 에르도안 바이락타르 환경도시부 장관은 방송에 나와 자신의 사퇴는 압력에 의한 것이라며 "조사 대상인 건설 허가 대부분이 에르도안의 지시로 이뤄진 만큼 총리도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내각에서 에르도안의 측근으로 분류됐던 인사다.

이번 비리 스캔들은 지난 17일 검찰과 경찰이 장관 3명의 아들과 국영은행장 등을 포함한 주요 인사 50여명을 비리 혐의로 체포해 이중 24명을 구속하면서 불거졌다. BBC에 따르면 국영은행장은 현금 450만달러가 든 구두상자를 갖고 있었으며, 내무부 장관 아들의 집에서는 100만 달러가 넘는 현금이 발견됐다.

에르도안이 꺼내 든 개각 카드가 그를 구해줄 수 있을 것 같진 않다. 이번 스캔들의 다음 타깃이 자신으로 좁혀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지 언론들은 검찰 조사 과정에서 총리와 그의 가족들이 직접적으로 비리에 연루된 정황이 포착됐다고 보도하고 있다. 측근 인사가 에르도안을 이번 사태의 '몸통'으로 폭로한 것도 그를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이날 밤 이스탄불을 비롯한 주요 도시에선 에르도안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이어졌다.

에르도안은 "이번 수사는 외국의 사주를 받은 정치 공작"이고 "더러운 작전"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터키에선 이번 사태를 보수 이슬람 집권세력인 에르도안과 미국에 망명 중인 이슬람 사상가 페툴라 귤란 지지층 간의 권력 다툼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지난 여름 반정부 시위 이후 양측의 갈등이 심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타임스는 "미국과 유럽으로부터 중동의 안정을 유지하는 버팀목으로 인정받았던 터키에서 에르도안의 정치 생명 문제가 불거지면서 터키의 역내 역할과 서방과의 관계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정훈기자 h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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