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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귀열 영어] Brown-bag or Bring your lunch (각자 점심 지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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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귀열 영어] Brown-bag or Bring your lunch (각자 점심 지참)

입력
2013.12.26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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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학원생들은 이따금 'brown bag seminar'를 갖는다. 누런 색의 종이 봉투에 점심을 싸와서 먹으며 하는 회의를 이르는 것이다. 'Let's just brown bag it'이라고 말하면 도시락을 먹으며 뭔가를 함께 하자는 뜻이 다. 직장에서는 소단위 모임으로 점심 식사 겸 업무 회의를 하는데 'We will talk about it at the brown bag'이라고 말하면 이는 '식사 겸 업무 회의에서 얘기합시다'란 의미다. 한국에서는 가게에서 물건을 담아줄 때 비닐봉투인 'Plastic bag을 쓰지만 미국에서는 누런 색의 종이 봉투 'brown bag'에 담아준다. 그런데 최근 이 'brown bag'이란 단어를 쓰지 말자는 주장도 나온다.

미국 서부의 시애틀에서는 경찰이나 공무원이 'brown bag'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말라고 권고하고 있다. Brown(갈색)이 흑인을 연상시키기 때문에 흑인들이 반감을 갖는다는 이유에서다. 심지어 아내가 'Honey, don't forget your brown bag today(여보, 갈색 봉투(도시락) 잊지 말아요)'라고 말하면 'You cannot call it a brown bag. Just call it a paper food container(갈색 봉투라고 하지 말고 종이 용기라고 불러요)'라고 말하는 남편도 있다. 이럴 바에는 도시락을 'lunch box'나 'cold lunch'라는 단어로 대체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cold lunch'는 초등학교에서 급식으로 나오는 'hot lunch'에 대한 상대적 용어일 뿐 'brown bag lunch'와는 뜻이 분명히 다르다. 용어의 사용이 사회적 이슈가 되는 사례는 점점 많아지고 있다.

앞으로는 'It's a brown bag meeting'대신 'Bring your own lunch(도시락 가져오세요)'라고 말해야 될지도 모른다. 요즘 같은 연말 'Happy holidays(즐거운 휴일)'라는 인사도 자주 들리는데 이 말은 모든 사람이 기독교 신자가 아니기 때문에 'Merry Christmas(즐거운 성탄)' 보다는 'Happy holidays'라고 인사하는 것이 맞는다는 주장 때문에 생긴 말이다. 일상적으로 통용되던 표현이 소수의 반감 때문에 사라지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다. 처음 민감하게 여겨지는 표현도 시간이 지나면서 양쪽 모두 수긍할 수 있는 단어로 바뀌니 학습자 입장에서는 관망하는 것이 상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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