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기 철도파업임에도 모든 대화를 단절해 왔던 코레일 노사가 26일 다시 대화테이블에 앉으면서 사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그러나 노사가 얼마나 거리를 좁힐 수 있을지 미지수인데다 최종 결정은 정부 손에 달려있어 철도파업 사태는 여전히 안개 속에 있다.
오후 4시15분부터 서울 봉래동 코레일 서울본부 회의실에서 시작된 교섭은 13일 파업 후 첫 교섭이 결렬된 지 13일 만이다. 그 동안 대화를 요구해왔던 철도노조 측은 교섭 재개 자체에 의미를 뒀다. 백성곤 철도노조 홍보팀장은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이제는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절박감에 코레일이 교섭에 응한 것 같다"며 "교섭 내용은 만나봐야 알 수 있는 것이고, 교섭이 다시 열렸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첫 교섭 결렬 후 "파업을 철회하지 않으면 대화도 없다"는 입장이었던 사측이 대화테이블에 나선 것만으로도 진전이라는 것이다. 28일 민주노총이 대규모 총파업을 예고한데다 수서발 KTX 민영화 및 민주노총 강제 진입에 대한 반대 여론이 큰 것이 코레일 측에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코레일은 여전히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현재 사측은 노조의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어 실무교섭이 아닌 실무 협의 형태로 대화를 진행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양측이 교섭에서 의견을 얼마나 좁힐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노조는 지난 13일과 동일한 ▦수서발 KTX 주식회사 설립 결정 철회 ▦수서발 KTX 주식회사 면허 발급 중단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산하에 철도발전을 위한 소위 구성 ▦사회적 논의기구 구성 ▦고소ㆍ고발과 직위해제 등 노조탄압 중단 등 5가지 요구안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코레일 측은 여전히 "5대 요구안에 대한 결정권한이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 하고 있다. 임석규 코레일 언론홍보처장은 "5대 요구에 대해 우리가 결정권한이 없는 현실은 지금도 변하지 않았으며, 불법파업을 했으면 합당한 처벌을 받는 게 마땅하므로 징계도 철회할 수 없다"고 말했다. 13일 열린 첫 교섭도 같은 이유로 결렬됐다.
실제로 수서발 KTX 주식회사 설립 결정 철회와 면허 발급 중단은 노사가 교섭으로 결정할 사안이 아니라 정부의 결정에 달려 있다. 결국 정부의 입장이 사태 해결의 열쇠가 되는 셈이다. 한 사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수서발 KTX 주식회사 설립 문제는 지배구조 결정의 문제이기 때문에 코레일 대주주인 정부가 결정할 문제이지, 철도사업을 위탁 운영하는 코레일 노사가 결정할 수도 없고 결정해서도 안 되는 문제"라며 "정부가 비겁하게 뒤에 숨어 노사갈등 문제로 사안을 왜곡시킬 것이 아니라 직접 나서서 이 문제를 공론화하고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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