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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겨울 캐나다 브랜드 열풍… 실용성도 있지만 결국엔 '명품' 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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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겨울 캐나다 브랜드 열풍… 실용성도 있지만 결국엔 '명품' 심리

입력
2013.12.26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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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오프 할인 이벤트, 캐나다 겨울 점퍼 구입의 마지막 기회!'

이메일 스팸함의 인터넷 쇼핑몰 할인 행사 안내에는 오늘도 '캐나다'라는 키워드가 빠지지 않는다. 국내 브랜드들의 유사한 디자인 제품 출시로 베끼기 논란까지 일고 있는 방한 재킷 브랜드, 캐나다 구스의 광풍에 가까운 인기 때문이다. 이 제품과 더불어 주목 받고 있는 외국의 몇몇 방한 브랜드에는 공통점이 있다. 최근 오리털보다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거위털을 충전재로 쓴 외투이고, 캐나다 브랜드라는 사실이다. 루츠, 클럽모나코 등을 비롯해 한동안 패션시장을 주름잡던 캐나다 브랜드가 다시 주목 받고 있는 셈이다.

최근 캐나다 브랜드 열풍은 엄밀히 말하면 캐나다 아우터 제품의 인기다. 대표적으로 코넥스솔루션이 수입해 판매하는 캐나다 구스는 100만원이 훌쩍 넘는데도 일부 색상과 사이즈의 품귀 현상을 빚을 만큼 인기를 얻었고 롯데백화점, 이마트 트레이더스, CJ오클락 등 유통 대기업이 잇따라 병행 수입에 뛰어들었다.

LG패션이 지난해 11월부터 수입ㆍ판매 중인 겨울부츠 브랜드 파잘은 지난 11월 판매량이 지난해 대비 2배로 늘었다. 일부 제품은 최초 수입 물량이 한 달 안에 매진될 것으로 예상돼 11월 셋째 주에 추가 물량을 캐나다 본사에 요청했다.

이번 겨울 첫 선을 보여 벌써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무스너클, 노비스 등도 캐나다 브랜드다.

캐나다 브랜드가 주목 받는 이유는 우선 강추위 때문이다. 해마다 겨울이 더 춥고 길어지면서 미국, 이탈리아, 프랑스의 기존 인기 브랜드 외에 혹한의 나라 캐나다 브랜드에 대한 관심이 늘었다는 이야기다.

여기에 각 수입업체의 주장에 따르면 철저히 품질을 기준으로 제품을 선택하는 캐나다인의 실용주의적 소비 행태에 대한 신뢰가 한몫을 했다. 코넥스솔루션 관계자는 "캐나다인은 유행에 휘둘리기보다 다소 비싸더라도 오래 사용할 제품에는 과감히 투자하는 편이기 때문에 캐나다 인기 제품이라는 사실 자체로 품질 인증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지난 3월 코트라(KORRA)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캐나다 소비자들은 저가 제품보다는 튼튼하고 기능이 좋은 제품을 선호하는 편으로, 실용주의에 바탕을 둔 소비 패턴을 보이며 근검 절약하는 생활 습관이 몸에 배어 있어 작은 물건을 살 때도 충분히 검토하고 비교적 유행에 덜 민감한 편이다"고 기록돼 있다.

하지만 이들 브랜드의 인기가 프리미엄이라는 수식어에서 비롯된다는 점도 무시 못할 사실이다. 이 브랜드들이 고가에다 기능성을 강조하면서 프리미엄급 제품으로 소비자에게 인식시키자 어느새 '명품 패딩'이라는 새로운 별칭과 함께 구매 심리를 자극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각 브랜드 관계자들이 "브랜드의 진정한 가치를 알리기도 전에 인기 있는 몇 개 제품 때문에 유행 브랜드로 전락하는 것 같다"고 말할 정도다. 결국 소비 수준을 사회적 지위와 일치시키는 사치품 소비의 심리와 궤를 같이 하게 된 셈이다. 문화평론가인 이택광 경희대 교수는 "사회진화론에 입각한 진보사관을 지닌 한국인은 역사적으로 서구 문물의 수용을 긍정적으로 평가해 온 데다 인간의 내면을 평가할 별다른 기준이 없는 체제 특성상 고가의 의류 소비 등을 통해 외면의 값어치를 끌어올리는 데 집착하게 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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