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라 이런저런 모임이 잦다. 오늘 저녁에도 친한 시인의 산문집 출간 기념 북콘서트에 가야 한다. 오늘 북콘서트를 하는 시인은 기타와 피아노 등 못 다루는 악기가 없을 정도로 재주가 많다. 북콘서트라는 게 사실 10년 전만 해도 참으로 생경한 단어였는데, 지금은 아주 익숙하고 친근한 단어가 되어버렸다. 북콘서트에서 시인이나 소설가들은 노래도 부르고, 악기도 연주하고, 재미있는 입담도 선보인다. 그들의 재주를 보고 있노라면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다. 어떤 시인은 첼로도 연주하고 어떤 시인은 인도의 전통 현악기인 시타르를 멋지게 연주하기도 한다. 또 어떤 시인은 팝페라 가수 뺨치는 노래실력을 뽐내기도 한다. 또 어떤 시인들은 배우 못지않은 퍼포먼스와 연기력을 선보이기도 한다. 기타를 치는 것 정도는 명함을 못 내민다. 내가 알기로, 지금처럼 시인이나 소설가들이 직접 독자들과 대면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문학이 우리 사회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상은 점점 약해지고 있는데, 문인들이 엔터테인먼트화되어가고 있는 현실이 내 딴에는 무척 기괴하게 느껴진다. 예전에는 시인이나 소설가들이 문화의 아이콘으로 종종 대접받았다. 예컨대 이어령 선생님이나 김승옥이나 최인호 같은 소설가들은 그 어떤 청춘 스타 못지않은 인기를 누렸다. 노래 한 마디, 악기 연주 한 마디 하지 않고도 말이다. 승한 재주를 가진 많은 동료들의 문학정신이 고고히 지켜지길 바랄 뿐.
김도언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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