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정부 식육기본법 통해 식습관·식탁예절 교육이후패스트푸드 소비는 줄고 자국 농산물 소비 비중 높아져정부도 2009년부터 시범교육, 가족 밥상의 날 지정 등자연스레 우리 농산물에 관심… 내년부터 교육대상·범위 확대
한국이 제조업 분야에서는 이제 일본과 대등한 경쟁을 하고 있지만, 농업 분야에서는 여전히 뒤쳐진 분야가 많다.
우선 한국은 농업분야 최대 과제인 쌀시장 개방을 2015년 결정해야 하지만 일본은 이미 14년 전에 개방했다. 1999년 쌀 조기 관세화를 단행했으나, 1,256%의 고율 관세율을 매기는 방법으로 일본 쌀 시장을 지켜냈다. 지난해 일부 저율관세 할당물량을 제외하고, 일본이 수입한 쌀은 50톤에 불과하다.
쌀 소비도 2000년대 중반 이후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일본인의 1인당 쌀 소비량은 70년 95㎏에서 2005년 61㎏까지 줄었으나, 이후에는 감소세가 확연히 둔화돼 2010년 59.5㎏을 유지했다. 한국의 경우 2005년 80.7㎏에서 2010년 72㎏로 크게 줄어든 것과는 대조적이다.
곡물 자급률(식용)도 일본이 우리를 앞선다. 2005년 61%, 2011년 59% 등으로 60% 내외를 유지하고 있는데 이 기간 한국의 수치는 53.4%에서 45.3%로 악화됐다.
일본 농업이 나름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일본 정부의 섬세한 농정에서 그 원인을 찾는데, 대표 사례가 식생활교육(食育ㆍ식육)이다. 일본 정부는 2005년 7월 식육기본법을 만들고 이듬해 3월 관련 추진계획을 마련해 청소년은 물론이고 성인을 대상으로 올바른 식생활을 유도하는 사업을 펼치고 있다. 그런데 그 효과가 당초 예상을 뛰어넘고 있다는 평가다. 이 사업에는 농림수산성, 후생노동성, 문부과학성, 식품안전위원회 등이 모두 관여하고 있는데, ▦올바른 식습관 ▦식탁예절의 중요성을 배우는 과정에서 일본 국민 스스로 일본산 농산물을 소비하고 수입 농산물 비중이 높은 패스트푸드 소비를 줄이게 됐다는 것이다.
26일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우리 정부도 2009년부터 식생활교육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큰 그림을 그리고, 세부 시행계획은 aT가 현장을 누비며 채워가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매월 1, 3주 일요일은 '가족 밥상의 날', 매년 4월을 '식생활 교육의 달'로 지정해 가정에서의 식생활 교육을 집중적으로 벌이는 게 대표적이다.
아직 시범사업 수준이지만 교육 효과가 높다는 게 현장 교사들의 평가다. aT의 지원을 받아 관련 교육을 진행하는 경기 의정부시의 담다헌 떡 체험관의 박경애 관장은 "입소문을 타고 엄마들끼리 체험을 오는 숫자가 최근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식습관교육을 통해 자연스레 쌀과 호박, 고구마 등 우리 농산물의 중요성이 강조된다"며 "은연중에 서양에 종속되어 가는 우리 입맛을 지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24일 꼬마 원생 70여명을 데리고 담다헌을 찾은 김영순(48) 아리솔 유치원장도 "식생활 교육을 실시한 뒤 급식에서 채소를 남기는 원생 비율이 크게 줄었다"고 소개했다.
식생활 교육의 성과는 객관적 수치로도 확인된다. aT 식품기획팀 배민식 팀장은 "언론과 일선 교육을 통해 식생활교육의 중요성을 홍보한 결과, 아침밥 먹기 실천율(2011년ㆍ75.3%)과 친환경 농산물 소비량(6.7%) 등이 유의미하게 증가했다"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내년에는 식생활교육 사업의 대상과 범위를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농식품부 남태헌 대변인은 "전문 교육인력을 양성하는 한편 전통 식생활 체험기회를 넓혀 농업·농촌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키기 위해 식생활교육기관 23개소, 우수체험공간 60개소를 추가로 지정키로 했다"고 말했다. 2012년 말 현재 농식품부가 지정한 식생활교육기관 및 우수체험공간은 각각 26개와 77개인데, 내년에는 50개와 137개로 대폭 늘어나는 셈이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이동현기자 nan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