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지노선 공익서비스보상 8개 노선 매년 3,000억 지원, 주요 지방노선 18개 적자 6,957억, KTX와 경인선 수익 등으로 교차보전, “지방노선 방만 불구 공공성 안주해 비효율 고착”
경북 김천시에서 영주시까지 가는데 무궁화호 열차를 이용한다면 요금이 6,900원이고 2시간 10여분이 소요된다. 한편 시외버스를 선택한다면 요금 1만4,000원에 2시간 40분이 걸린다. 거리는 철도(115㎞)와 버스(114.3㎞)가 거의 비슷한데, 요금은 시외버스가 2배 더 비싸다. 그 이유는 벽지노선 운영에 대한 정부의 재정지원에 있다. 코레일 경북선에는 연 85억원이 지원되는 반면 같은 구간을 운행하는 진안고속에는 연 1,467만원이 지원돼 철도에 580배 가량 지원된다. 코레일 경북선 정부 지원금의 10분의 1만 버스로 돌려도 이 구간 이용객들이 모두 무료로 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전국철도노동조합은 코레일의 만성적자 문제를 지적할 때마다 ‘철도의 공공성’을 앞세우며 정부의 보조금을 당연시한다. 그러나 김천-영주간 대중교통 수단이 열차만 있는 것이 아닌데 코레일에게 버스보다 580배나 많은 정부 자금이 지원돼야 하는 이유를 찾기 힘들다. 코레일 개혁의 시작은 바로 이런 비상식적 상황을 고쳐나가는 데 있다.
26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벽지노선을 운행하는 철도 8개 노선에 대한 공익서비스보상(PSO)은 ㎞당 1억8,300만원이었다. 벽지노선 버스에 대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 금액은 ㎞당 280만원으로 철도가 65.4배 높았다. 특히 PSO 노선 8개는 PSO가 아닌 노선보다 총 매출 대비 인건비 비중이 2배나 높다. PSO 노선 적자는 정부가 보전해주는 구조다 보니, 국토부는 코레일이 과잉 인력에 대한 비용을 PSO 대상 노선으로 전가한다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다. 정부는 연간 3,000억원의 PSO를 코레일에 지급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운영 효율성이 극히 낮은 노선에 대해 반납을 요청했으나 코레일이 조직유지 차원에서 거부했다”고 밝혔다.
물론 적자노선이라는 이유만으로 폐지할 수는 없다. 박흥수 사회공공연구소 철도정책 객원연구위원은 지방노선 철도를 영업적자만으로 평가할 수 없고 ▦장치산업이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효용성 ▦환경오염 비용 절감 등 무형 가치가 영업수입의 21배라는 국토부 내부 용역 자료가 있다고 반박했다. 이런 무형의 효용성을 모두 인정하더라도 현재의 정부 보조금은 국토부와 코레일이 논의를 통해 적정 수준으로 조정할 여지가 있어 보인다.
연간 6,000억원에 달하는 지방노선의 적자 구조도 개선 대상이다. PSO를 포함해 코레일의 20개 지방노선 중 경부선과 경인선을 제외하면 전부 적자며 총 6,957억원에 이른다. 코레일은 고속철도(KTX)에서 버는 연 수익 4,000억원과 경인선 수익 367억원 등을 지방노선 적자 상쇄 차원에서 교차보전 하고 있다. 하지만 코레일이 정확한 회계자료 제출을 거부하고 있어 어느 적자노선으로 얼마가 지급되는지조차 파악이 안 된다. 특히 총 수입에도 못 미치는 인건비가 지출되는 지방역사 문제는 심각하다. 충북선 청주역 운송수입은 연5억8,000만원이지만 인건비는 역장 등 29명에게 연 19억4,000만원이 지급된다. 지방역사 중에는 이런 곳이 태반이다.
단체협상으로 지역본부 순환 근무가 원천적으로 차단돼 호봉이 높은 직원들은 업무부담이 낮은 지방노선에서 일하고 낮은 호봉의 ??은 직원들은 KTX 등 업무강도가 높은 역사에서 일하는 폐단도 고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신규수요가 몰리는 노선으로 과잉 지방노선 인력을 전환하지 못해 새로 인력을 뽑아야 하는 비효율도 방치되고 있다. 이재훈 교통연구원 철도정책본부장은 “지방노선 비효율 제거해 업무강도가 낮은 직원을 신규노선 개발과 마케팅 등에 투입하려 해도 노조 반대가 너무 강해 실행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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