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노조가 파업 17일째인 25일 종교계의 중재를 호소하고 나섰다. 박태만 철도노조 수석부위원장이 전날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에 피신하며 중재자 입장에 서게 된 대한불교조계종 등 종교계가 갈수록 꼬여가는 철도파업 사태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백성곤 철도노조 홍보팀장은 이날 오후 2시 용산구 철도회관 내 노조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도부가 불가피하게 피신했지만 이른 시일 안에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며 "조계종이 대승적 차원에서 중재 등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 주기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박 부위원장도 오후 6시30분 조계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경찰이 민주노총까지 침탈하는 상황에서 갈 데라곤 조계사밖에 없었다"면서 사전 허락 없이 들어온 것에 대해 조계사 측에 사과의 뜻을 전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우리의 주장에 귀를 막고 있는데 사회적 갈등이 빨리 해결될 수 있도록 조계종 등 종교계 어른들이 나서 달라"고 호소했다. 지난 22일 경찰의 민주노총 강제 진입 이후 행방이 알려지지 않았던 박 부위원장은 24일 밤 노조원 3명과 함께 조계사로 피신했고 현재 경내 극락전 2층에 머물고 있다.
조계종 관계자는 "종교시설로 몸을 피한 노동자들을 강제로 쫓아낼 수는 없다"며 "26일 종단 차원에서 회의를 연 뒤 이번 사태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힐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계종에서는 사회 문제에 대한 조정 및 중재 역할을 하는 화쟁위원회가 나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화쟁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도법 스님은 지난달 말 불교계의 민주주의 수호 시국선언을 주도하는 등 사회 문제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표명해 왔다.
전날 밤부터 조계사를 에워싸고 차량 등 검문검색을 강화한 경찰은 조계종의 입장 발표 뒤 대응 방침을 정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영장이 있다고 해도 종교시설에 들어가 체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중앙지법 형사17단독 이상호 판사는 26일 경찰의 민주노총 진입 당시 경찰관에게 유리 파편을 던져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한 혐의(특수공무방해)를 받고 있는 김정훈 전교조 위원장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이 판사는 "범죄혐의의 성립여부에 관해 다툼의 여지가 있어 (김 위원장의)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고, 증거 인멸 및 도주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기각 사유를 밝혔다. 김 위원장은 법정에 들어가기 전 취재진에게 "당시 유리 파편이 쏟아져 경찰이나 저희 모두 위험한 상황이었고 순간적으로 유리를 바닥에 던진 것인데 만에 하나 그것 때문에 경찰관이 다쳤다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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