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연말정국의 최대 현안인 내년도 예산안 심사와 국가정보원 개혁입법을 두고 막판 ‘빅딜’에 나섰다. 지난 3일 여야 4자 회동에서 두 사안을 연내 처리키로 사실상 연계시켜 놓은 데다 예산안 처리만큼은 해를 넘길 경우 여야 모두에 상당한 정치적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시간에 쫓기는 정치권이 핵심 현안 처리의 급물살을 넘어 빅딜에 성공할지 주목된다.
민주당의 선제적 양보로 빅딜?
빅딜 움직임은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감지됐다. 국회 예결위 소속 예산안 조정소위가 최근 비공개 협의에서 소위 ‘박근혜표’ 국정과제 예산은 원안대로 처리키로 의견을 모았다는 사실이 성탄절인 25일 외부로 알려진 것이다. 그 동안 민주당이 박근혜 정부의 국정과제인 창조경제와 4대악(惡) 근절 등 관련예산을 강하게 비토했던 점을 감안하면 민주당이 한 발 물러선 셈이다.
구체적으로는 ▦창조경제사업인 창조경제기반구축 예산 45억원과 디지털콘텐츠코리아펀드 예산 500억원 ▦일자리 관련 ‘반듯한시간선택제’ 일자리창출 지원예산 227억원 ▦4대악사범단속 예산 46억원 등을 정부안대로 반영키로 했다. 취업성공패키지 예산(2,246억원) 등은 상임위 삭감분(74억원)만 깎고 통과시키는데 합의했다.
이 같은 결과는 예산소위가 감액심사에서 보류된 사업들을 재논의하기 위해 새누리당 안종범 이현재, 민주당 윤호중 윤관석 의원으로 구성한 이른바 ‘2+2 소회의체’ 논의에서 도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직인수위 멤버였던 새누리당 의원들이 새 정부 첫 가계부인 내년 예산안에 국정과제예산을 반드시 반영해야 한다고 요구했고, 민주당이 대승적 차원에서 수용했다는 게 회의체 멤버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런 설명과 달리 민주당의 일방적 양보 배경을 두고 즉각 빅딜설이 거론됐다. 민주당이 아무런 대가 없이 선심 쓰듯 정부예산을 수용했을 리 없기 때문이었다. 여당인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예산안 연내 처리의 부담이 강했고 민주당은 최우선 과제로 국정원개혁을 내세우고 있던 상황인 만큼 예산안과 국정원 개혁입법으로 빅딜의 대상도 좁혀졌다.
실제 이런 관측은 이날 오후 여야 원내대표의 전격 회동에서 확인됐다.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만난 여야 원내대표단은 ‘파국만은 막자’는 공감대 속에서 두 현안을 30일 본회의에서 동시처리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담장에서는 간간이 웃음소리까지 흘러나와 빅딜이 타결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돌기도 했다.
이날 회담에서 국정원 개혁입법은 여전히 이견을 노출했지만 예산안 문제는 거의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예산안 문제는 사실상 타결을 앞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민주당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새마을운동ㆍ국군사이버사령부ㆍ국가보훈처 등 관련예산은 물러설 생각이 없다는 점에서 난관이 없지는 않다.
국정원 개혁 단일법안 도출 등이 관건
이날 합의 결과에 따르더라도 일괄타결의 빅딜은 국정원 개혁입법 단일안 합의여부에 달려있다. 핵심 쟁점은 국내정보관(IOㆍIntelligence Officer)의 국내 기관 상시출입 금지와 사이버심리전단이 대국민을 상대로 한 활동을 금지시키는 부분을 법조문에 어떤 방식으로 넣느냐는 대목이다. 정보위를 전임 상임위로 전환하는 등의 운용 방안은 의견접근을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문병호 의원은 “행동준칙을 명문화하는 문제 등 세부적인 합의가 여전히 만만치 않다”고 전했다.
여야가 무게를 두는 중점 법안처리도 빅딜의 영향권에 들어있다. 이날 여야 원내지도부 회담에서 새누리당은 외국인투자촉진법개정안 등을 테이블에 올려놓았고 민주당은 전ㆍ월세 상한제 등 요구법안을 내밀었지만 구체적인 결론에는 이르지 못했다.
현재로서는 양측의 접근법이 달라 전격 합의를 예상하기는 쉽지 않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18일 2014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비롯해 외국인투자촉진법의 연내 처리를 수시로 강조하고 있어 새누리당은 경제활성화 법안 처리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은 ‘현재 100%로 규정된 지주회사의 증손회사 지분율을 외국인과 합자회사의 경우 50%로 하향조정’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법안을 특정 대기업을 위한 특혜법이라고 반대하고 있다. 민주당이 철도노조 파업과 관련 철도사업법에 민영화 금지 규정을 명문화하자고 주장하는 것도 또 다른 쟁점이 되고 있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강주형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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