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파업이 25일로 17일째를 맞았지만 사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 정부와 코레일은 '수서발 고속철도(KTX) 법인 설립이 민영화 첫걸음'라는 전국철도노동조합의 주장을 반박하는 데에만 급급해 정작 문제의 본질인 '수서발 KTX 분사로 코레일의 과도한 부채가 해결될 것인가'에 대한 검토는 뒷전으로 밀려난 상태다.
정부는 국민 설득을 위해 "수서발 KTX에 경쟁체제가 도입되면 승객에 대한 서비스가 개선될 것"이란 논리를 앞세운다. 반면 철도노조는 "민영화 전단계로 결국 열차 이용료만 오르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양자의 선전전 이면에는 정부의 경우 "강성노조를 약화시키지 않는 한 코레일 개혁이 추진될 수 없다"는 판단을 깔고 있고, 철도노조가 외치는 '경쟁체제 도입 반대' 주장에는 개혁과정에서 기득권을 잃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담겨 있음을 부인하기 힘들다.
따라서 현재 대결국면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노조 모두 '수서발 KTX 분사'가 아니라 '코레일의 과도한 부채 해결'이라는 문제의 본질을 대화 테이블에 올려놓고 토론을 해야 할 때다. ★관련기사 3, 4면
사실 코레일 개혁은 운송시설이라는 공공성과 공기업 특유의 회계처리 특수성 등이 얽혀있어 명확한 해결방안을 단기간에 도출하기 어렵다. 단적인 예를 들어보자.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화물열차가 A역에서 B역에 정차하지 않고 C역으로 갈 경우, 코레일은 중간에 있는 B역 직원의 인건비도 해당 열차 물류비용에 포함시키고 있다"면서 "이런 식으로 회계처리를 해 지난해 물류본부의 실제 정원은 3,377명인데, 장부상 비용에는 6,929명의 인건비가 포함돼 과다 처리됐다"고 지적한다. 이런 방만요소들을 개혁하기 위해서 수서발 KTX 법인을 만들고 여객, 물류 등 코레일의 사업부를 자회사로 독립시켜 경쟁을 유도하면 각자의 수익과 비용의 비교가 가능해져 방만경영 요소를 찾아낼 수 있고 이를 개선해 경영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법인 분리로 인한 노조 분리를 통해 현재의 철도노조를 약화시키는 부수효과도 기대하고 있음을 부인하지 않는다.
이에 대해 노조는 철도산업의 특수성을 무시한 비용산정이라고 반박한다. 실제로 대전역의 경우 여객만 취급하는데, 만약 대전역을 지나치던 화물열차가 대전역에서 고장으로 멈췄다면 여객분야에 소속된 직원이 고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본사의 홍보담당 직원이 물류분야를 홍보했다면 이 역시 물류분야 인건비로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노조 관계자는 "국토부 주장대로라면 대전역에서 화물열차가 멈추면 다른 역에서 물류분야 직원이 와서 고치란 말이냐"고 반문했다.
이처럼 코레일의 구조개혁 과정에는 민간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특수 상황이 곳곳에 숨어있다. 때문에 정부가 코레일 개혁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노조를 비롯 코레일 구성원들이 개혁의 필요성을 공감할 수 있도록 설득하고 그들의 적극적 협조를 끌어내야 한다. 철도노조 역시 현재의 과도한 부채 상황에 대해 철도산업의 특수성이나 정부의 정책실패 탓만하며 자기 희생의 노력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국민들의 광범위한 지지를 이끌어내기 힘들다.
강영진 성균관대 갈등해결센터연구소장은 "경쟁체제 도입은 표피이고 핵심은 코레일 개혁인데 이에 대한 논의가 사라졌다"면서 "미국처럼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코레일과 정부, 노조와 민간 전문가를 모두 불러 코레일의 비효율성과 과도한 부채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부터 가려내 정부와 코레일 노사가 모두 공감할 수 있는 방안을 도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민호기자 kimon8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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