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지난 1월8일 미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2013 세계전자박람회(CES) 현장에서 세계 최초로 '55인치 곡면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를 깜짝 공개했다. 이에 질세라 LG전자도 곧바로 같은 크기의 곡면 OLED TV 3대를 현장에 설치했다.
바로 다음날인 9일 삼성전자는 구부렸다 펼 수 있는 손바닥 만한 크기의 디스플레이 '플렉서블 OLED 윰(YOUM)'을 선보였다. 이는 9개월 뒤인 10월 세계 최초로 화면의 좌우가 휜 스마트폰 '갤럭시 라운드'로 이어졌다. LG전자도 11월 바나나 모양처럼 위아래가 휜 스마트폰 'G플렉스'를 내놓았다.
2013년은 '휘는 화면의 원년'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화질경쟁이 사실상 한계에 도달하면서 새로운 형태의 화면을 요구하는 수요가 커지게 됐다"면서 "곡면화면은 그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휜 화면은 다양한 강점을 지닌다. TV는 55인치 이상 대형 곡면 화면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아이맥스(I-MAX) 영화관 같은 생동감을 제공한다. 스마트폰은 화면이 점점 커지면서 한 손으로 동작시키기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에 화면을 구부려 손가락이 닿을 수 있는 범위를 넓히고, 휜 부분만 좌우로 기울이는 것만으로도 제품을 움직이게 할 수 있다. 화면이 얼굴 선을 따라 휘어져 있어 더 편하게 쓸 수 있다.
휘는 화면의 실현은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디스플레이, 배터리 회사들이 기술적 한계를 극복해 가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고,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몇몇 화소 색이 겹쳐 보이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해서 패널 설계 단계부터 기능 상 문제점, 다른 부품과 활용성 문제 해결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도 "OLED에 수분이나 산소가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디스플레이 기판 위에 달라붙은 유기물을 밀봉하는 '봉지기술'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고 밝혔다.
LG화학은 지난 10월 ▦계단형 배터리 ▦휘어진 배터리 ▦케이블 배터리 등 '차세대 배터리 3종 세트'를 선보였다. 회사 관계자는 "LG 'G플렉스'에는 LG화학의 특허 기술 '스택 앤 폴딩'방식으로 만든 휜 배터리가 들어가 더 크게 휘는 디자인이 가능해 졌다"며 "휜 화면의 스마트폰에 평평한 사각형 배터리를 쌓으면 빈 공간이 생기는데 계단형 배터리는 이 문제를 해결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구부리고 감고 매듭을 묶어도 성능에 전혀 문제가 없는 웨어러블 기기에 최적한 화 케이블 형태 배터리도 개발을 마쳤다"고 덧붙였다.
휘는 화면이 결코 종착점은 아니다. 이 기술이 발전되면 ▦자유롭게 구부릴 수 있는 '벤더블(Bendable)' ▦둘둘 말 수 있는 '롤러블(Rollable)' ▦종이처럼 접을 수 있는 '폴더블(Foldable)'등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새로운 화면도 가능해진다. 플렉서블 제품 시장의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것도 바로 이 같은 이유에서다. 시장조사기관 IHS 디스플레이 뱅크에 따르면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시장 규모는 2014년 1억 달러에서 2020년 238억 달러로 초고속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전체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휜 화면 제품의 비중도 2014년에는 고작 0.1%에 머물지만 2023년에는 20.1%까지 커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디자인도 사각형에서 벗어나 디자이너가 원하는 대로 만들 수 있기 때문에 패션, 건축, 출판 등 IT 영역이 아니었던 분야까지 디스플레이 제품이 확대 적용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내년 1월 CES에서 한층 진전된 105인치 곡면형 UHD(울트라) TV를 선보일 예정. 업계의 '곡면 전쟁'은 앞으로 더 뜨거워 질 전망이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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