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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이 아름다웠던 사람들] <5> 경주 시니어 문화유산해설사 신말분 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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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이 아름다웠던 사람들] <5> 경주 시니어 문화유산해설사 신말분 여사

입력
2013.12.25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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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칠순에 시집을 발간하면서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사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지 모르겠습니다."

최근 이라는 시집을 발간한 시니어 문화유산해설사 신말분(70ㆍ사진)씨는 "중학생 학창시절부터 깨알처럼 적어 둔 글을 모아 시집을 완성한 2013년은 인생 최고의 한 해"라고 말했다.

40여편의 시에는 문화유적 현장의 느낌도 고스란히 담겨있다. 천마총과 국립경주박물관을 읊조릴 때는 문화유산해설사인 자신이 대견하기도 했다. 문학에 남다른 소질이 있고, 틈틈이 시도 써왔지만 문화유산해설사로 활동하지 않았다면 시집은 빛을 보지 못했을 지도 모른다.

지난달 중순 단풍이 붉게 물든 경주 남산 칠불암. 칠순 어르신으로 보기 어려울 정도로 야무진 말투와 열정적인 몸짓이 두드러지는 신씨가 7, 8명의 40대 여성 탐방객들에게 칠불암을 설명하고 있었다. "국보 312호인 칠불암 마애석불은 조각 수법으로 볼 때 통일신라시대인 8세기 작품으로 추정됩니다." 자신의 체험과 노하우가 녹아있는 해설이었다.

경주시니어클럽 문화유산해설사인 그는 7년째 불국사와 석굴암, 석굴암, 남산 유적 등 경주 유적지를 옮겨 다니며 우리의 문화유산을 알리는 경주 관광의 파수꾼이다. 그런 신씨도 10여년 전에는 불국사 인근 상가에서 기념품을 팔던 평범한 아주머니였다. 그러다 우연히 손에 쥔 한권의 책은 그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해곡 최순우 선생의 라는 책이었다. 평소 문학적인 소질도 있었던 그는 "글이 너무 맛있고 줄거리도 흥미로웠다"며 밤을 꼬박 새면서 옥편으로 한문도 찾아가며 5권의 전집을 독파했다.

"책속에 길이 있었습니다. 책 5권을 모두 읽고나니 문화유산에 대한 새로운 이해력이 생겼어요. 우리나라 전통 기와와 금속공예, 목공예에 대한 아름다움에 매료되면서 독학으로 문화유산을 연구했습니다."

문화유산해설가로 데뷔한 것은 자신의 기념품가게를 찾은 전라도의 어느 교장 노부부 덕분이다. 이들과 함께 경주국립박물관을 동행하면서 잠재된 자신의 능력을 발견, 경주세계문화엑스포 행사장 내 문화유적부스에서 본격적인 문화유산해설사의 길을 걷게 된 것이다.

당시 신씨는 기와 공부에 심취해 있었다. 교장 부부에게는 자연히 기와에 대한 해설이 주가 됐다. 아마추어지만 열정적인 신씨의 설명에 감명받은 교장 부부는 숙소로 초청, 선물을 건네기도 했다.

시니어 문화유산해설사는 해마다 자격을 새로 얻어야 한다. 신씨는 신라 천년의 고도, 경주를 알리기 위해 문화재 공부 삼매경에 빠져있다. 그는 "한 권의 책으로 문화재에 대해 새로운 안목을 길렀다"며 "남은 인생도 시집을 펴낸 올해만 같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성웅기자 ks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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