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순천시의 민원 처리에 억울함을 호소하다가 지난 20일 순천시청에서 분신 자살한 서모(42)씨가 농지 개발허가 과정에서 시의원과 교수 등에게 금품이 건네졌다는 의혹이 제기돼 경찰이 내사에 들어갔다.
전남지방경찰청 수사과 관계자는 25일 "서씨가 2년 전 신청한 개발허가 과정에 금품이 오고 갔다는 의혹에 대해 내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서씨와 허가 관련 브로커 역할을 한 A씨 사이에 오간 대화 내용과 돈이 건네진 장소, 날짜, 로비대상 등이 상세히 적힌 문건을 확보했다. 서씨가 분신하기 전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이 문건은 A4용지 5장짜리다.
문건에는 A씨가 시장과 친분을 과시하며 서씨의 충전소 허가를 도와주겠다며 순천시 허가민원과 직원의 만남을 주선하고 금품을 요구한 내용이 담겼다. 서씨는 앞서 2008년 4월 순천시 야흥동 순천-목포간 국도변 2,997㎡ 농지에 신청한 주유소 개발허가가 불허되자 2011년 5월 가스충전소로 업종을 바꿔 다시 신청했다.
이에 A씨는 2011년 7월 순천시 도시계획 개발분과위원회가 열리기 며칠 전 서씨가 신청한 충전소 부지조성 개발행위허가가 위원회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서씨에게 4,000만원을 요구했다. 서씨는 A씨의 부인이 운영하는 상점에서 이 돈을 건넸고 A씨는 지인을 통해 당시 도시계획위원인 시의원과 교수 등에게 돈을 나눠줬다.
이후 서씨의 충전소는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조건부 의결됐으나 순천시의 최종 허가는 받지 못했다. 허가가 나오지 않자 서씨는 돈을 돌려줄 것을 요구했고 A씨는 시의원과 교수들에게서 일부 회수한 3,500만원을 돌려주고 나머지 500만원은 그동안 활동비 등 경비에 썼다며 돌려주지 않았다.
경찰은 확보된 문건 외에도 서씨가 유족에게 관련 자료를 남겨 놓은 것으로 보고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다각도로 증거를 수집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자료 수집과 탐문 등을 통해 증거자료를 확보한 뒤 수사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하태민기자 ham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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