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은 스스로 작아졌고 가난해졌으며 취약해졌다”
교황 첫 성탄 미사 집전
프란치스코 교황이 3월 즉위한 뒤 처음 맞은 성탄전야 미사에서 “어둠이 감싼 세상 속에서도 두려워 말라”고 말했다.
교황은 24일(현지시간) 오후 9시30분쯤 아기예수상을 두 손에 안고 바티칸의 성베드로 성당으로 들어서며 “하느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셔서 아들을 보내 어둠 속에 빛이 되게 하셨다”며 “주님께서 우리에게 ‘두려워하지 말라’고 했듯 나 또한 ‘두려워하지 말라’고 거듭 말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예수 탄생을 예언한 이사야서의 ‘어둠 속을 걷던 백성이 큰 빛을 봅니다’라는 구절로 미사를 시작한 뒤 시종일관 사랑과 겸손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 마음이 닫히고 자만심, 기만, 이기주의에 사로잡히면 어둠에 떨어지게 되고 반대로 하느님과 형제·자매를 사랑하면 빛 속을 걷게 된다”고 말했다. 또 “주님은 거대하지만 스스로 작아졌고 부유하지만 스스로 가난해졌으며 전능하지만 스스로 취약해졌다”며 낮은 자세를 강조한 뒤 “예수님은 어둠을 밝히는 빛이며 우리의 평화”라며 성탄을 축하했다. 이날 미사에는 사제 300명을 포함해 수 천명의 신자가 참여했다.
교황은 앞서 23일 교황청 라디오를 통해 “크리스마스에 주님을 통해 마련된 곳이 있는가 아니면 단지 파티와 쇼핑을 위한 곳만 있는가”라며 성탄의 의미를 물은 뒤 “쇼핑과 파티를 하기 보다 하느님 앞에 우리의 영혼을 개방하자”고 말했다. 그는 트위터에도 ‘크리스마스에는 온갖 소리가 가득하지만 사랑의 목소리를 들으려면 침묵의 공간을 갖는 것이 좋다’는 글을 남겼다.
교황은 25일 정오 성 베드로 광장이 보이는 발코니에서 전통적으로 성탄을 맞아 발표하는 강복 메시지 ‘우르비 에트 오르비(로마와 온 세상에)’를 낭독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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