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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12월 26일] '2015년 통일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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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12월 26일] '2015년 통일론'

입력
2013.12.25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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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이 지난 21일 국정원 간부 송년회에서 "2015년에는 자유 대한민국 체제로 조국이 통일돼 있을 것"이라며"우리 조국을 자유민주주의 체제로 통일시키기 위해 다 같이 죽자"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한다. 야당은 '무력통일 시사발언이 한반도 평화에 도움이 안된다'고 우려를 표시했고, 여당은 '군 출신으로 열심히 하자는 것으로 무력통일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는 반응을 보였다. 국정원장이 과연 어떤 근거를 가지고 그런 주장을 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정부 일각에서도 남 원장의 발언이 적절하지 못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남 원장의 발언이 사실이라면 장성택 숙청 이후 북한정세가 매우 불안정하여 정변 또는 급변사태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북한이 혼란에 빠지면 군사적 개입을 통한 흡수통일을 실현한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정세인식은 김정은 정권에 의한 장성택의 숙청을 불안정의 심화로 보는 정세관에 기인하는 것이다. 누구도 사회주의권 붕괴와 독일통일을 정확히 예측하지 못했듯이, 북한의 도발시점과 붕괴시기를 정확히 예측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우리 정부의 안보 및 정보 책임자들은 내년 1월에서 3월 사이의 북한도발과 2015년 통일을 콕 찍어 예언하고 있다.

역사적 경험에 의하면 북한의 도발은 예상치 못한 시기에 불의의 기습을 해왔고 우리는 무방비로 당한 적이 많다. 사회주의권 붕괴와 독일통일은 예상치 못한 시기에 '도둑 같이' 찾아왔다. 그러나 아무런 노력 없이 기다리다가 이뤄진 것이 아니다. 소련이 붕괴한 것은 서방이 추진한 헬싱키 프로세스에 의한 '평화적 이행전략'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미ㆍ소 데탕트와 평화공존론이 소련의 붕괴를 촉진시킨 것이다. 냉전이 진행됐다면 소련은 붕괴되지 않았을 것이다. 독일통일도 서독이 동방정책으로 동독을 꾸준히 포용해 나갔기 때문에 가능했다. 결국 외부의 적이 사라지면 내부 모순이 부각해서 주민들이 체제 전환과 통일을 요구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과연 우리는 어떤가. 이명박 정부는 김대중-노무현 시기에 추진했던 화해협력정책을 '잃어버린 10년'으로 규정하고 차별화를 시도했다. 대북 강경정책을 폈던 이명박 대통령은 급변사태론의 관점에서 '통일은 한밤중에 도둑같이 온다'며 기다리는 전략으로 일관하다가 북한의 연이은 도발로 관계개선의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이명박 정부 시기는 그 동안 쌓아놓은 남북화해협력의 기반이 무너짐으로써 남북 사이의 적대의식이 높아졌다. 북한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후의 권력승계 위기를 남북 간 '적대적 의존관계'를 활용해서 넘기고 있다. 내년 1~3월 북한도발설도 장성택 숙청 이후의 위기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에서 나온 예측이다.

그렇다면 남측 정부 당국자가 2015년 통일을 주장하는 것이 북한의 붕괴를 촉진할 것인가, 아니면 내부 결속을 다지면서 체제유지를 하는데 이용될 빌미를 제공할 것인가. 외부에 적이 있는 사회가 내부 문제로 붕괴한 사례는 거의 없다. 제재와 압력으로 정권이 무너진 사례도 찾기 어렵다. 독재정권은 내부 어려움을 외부 탓으로 돌리고 정권을 유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과정에서 주민들만 엄청난 고통을 겪게 되는 것이다.

남과 북이 서로 상대를 적으로 규정하고 대립ㆍ갈등하는 한 북한의 급변사태는 기대하기 어렵다. 2015년 자유민주주의로 통일을 달성하려면 남 원장이 말한 대로 "다같이 죽자"는 차원의 전쟁을 하지 않고는 불가능할 것이다. 국가 간 통합이 이뤄지는 글로벌시대 우리 민족 상당수가 죽는 통일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공약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평화적 이행을 지향하는 헬싱키 프로세스를 원용한 것이다. 2015년 통일론과 신뢰프로세스는 상치되는 것이다. 우리가 어떤 통일을 지향하는가에 대한 정부 차원의 정리가 이뤄져야 한다. 다수 국민은 다 같이 죽는 통일을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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