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수단 정부군과 반군의 유혈 충돌이 내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사태로 인한 사망자가 수천명에 달한다는 관측이 나왔다. 또 정부군과 반군을 구성하는 부족간 학살이 횡행하면서 최소 세 곳에서 대규모 시신 더미가 발견됐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사태 확산을 막기 위해 평화유지군을 두 배 가까이 늘리기로 했다.
토비 랜저 유엔 인도주의 조정관은 24일(현지시간) BBC방송에 나와 "도시 전체가 병원으로 변해버린 현장을 목격했다"며 "이번 사태로 수천명이 목숨을 잃은 게 분명하다"고 밝혔다. 그는 "최소 8만명이 교전을 피해 거주지를 떠났으며 이 중 4만명이 유엔 기지로 대피했다"고 말했다. AFP통신은 정부의 사망자 집계가 500명 선에 머물러 있는 가운데 나온 최초의 희생자 전망치라고 전했다.
나비 필레이 유엔 인권최고대표도 "북부 벤티우에서 34구의 시신이 발견됐으며 수도 주바에도 최소 2곳에 시신 더미가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실종된 정부측 딘카족 군인 74명도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정부군이 주바에서 가택 수색 중 반군의 주축인 누에르족을 살인하고 성폭행했다는 목격자의 증언도 잇따르고 있다. 정부군에 체포됐다 탈출한 목격자 2명은 "정부군이 누에르족 250여명을 경찰서로 끌고 가 총살했다"고 말했다.
안보리는 이날 남수단 평화유지군을 현행 7,000명에서 1만2,50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파견 경찰도 900명에서 1,300여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이번 사태가 정치적 위기인 만큼 평화적이고 정치적인 해법이 필요하다"며 "정부군과 반군은 적대행위를 중단하고 평화유지군 활동에 협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도 살바 키르 남수단 대통령과 반군을 이끄는 리크 마차르 전 부통령에게 각각 전화해 적대행위 중단을 요구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군은 이날 반군 거점 중 한 곳인 종글레이주 보르시를 탈환했다고 밝혔다. 정부군과 반군의 교전은 유전지대인 동북부 나일북부주를 비롯해 남수단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남수단이 2011년 독립하기 전 수단은 30년 넘게 수백만 명이 숨지는 내전을 겪었다.
신정훈기자 h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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