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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통사회, 수륙재의 '무차 사상' 본받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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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통사회, 수륙재의 '무차 사상' 본받길"

입력
2013.12.25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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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전 주지실서 발견한 '천지명양수륙재의찬요' 문헌 근거로 삼아 복원국가 희생자들 위무하고 나눔의 성격도 겸비… 진관사·백운사와는 차별법요식을 시작으로 시련·대령 거쳐 공양까지 사흘 동안 대규모로 진행

땅과 바다를 떠도는 모든 외로운 영혼과 아귀를 달래고 위로하는 불교의례인 수륙재(水陸齋)가 최근 중요무형문화재가 됐다. 문화재청은 19일 수륙재를 중요무형문화재 신규 종목으로 올리면서 동해 삼화사의 국행(國行)수륙대제, 서울 진관사의 국행수륙재, 창원 백운사의 아랫녘수륙재를 지정했다. 삼화사와 진관사는 조계종 사찰, 백운사는 태고종 사찰이다. 불교의식이 중요무형문화재가 되기는 영산재에 이어 두 번째다.

지난 13년 동안 수륙재의 중요무형문화재 지정에 힘써 온 삼화사 주지 원명(53) 스님을 24일 서울 견지동 조계사에서 만났다.

원명스님은 "우리 사회가 지금 불통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는데 중요무형문화재 지정을 계기로 수륙재의 무차(無遮ㆍ차별 없음) 평등사상이 널리 알려져 사회와 국민이 두루 소통하기를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원명스님이 수륙재에 관심을 쏟게 된 계기는 2000년 12월 삼화사 주지가 된 직후 주지실 한 켠에서 궤짝을 발견하면서다. 궤짝 안에는 , 등 오래된 경전 50여권이 쏟아져 나왔는데, 그 중에 (강원도 유형문화재 제156호)란 책도 있었다. 바로 삼화사 국행수륙대재의 근거가 된 책이었다.

스님은 "삼화사(三和寺)는 원래 642년 신라 자장율사가 창건했지만 현재의 절 이름은 신라 백제 고구려 삼국 백성들이 화합해서 잘 살아보라는 뜻으로 고려 태조가 지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에 따르면 삼화사에서 수륙재가 처음 봉행된 때는 1495년(태조 4년). 태조 이성계는 조선 건국 후 고려 마지막 왕인 공양왕을 비롯해 고려 귀족들을 귀양 보냈다가 바다에 수장시키는 등 모두 죽여 버렸다. 이에 민심의 흉흉해지자 민심 안정을 위해 태조 이성계가 수륙재를 지내도록 명한 것이다.

스님은 "삼화사 국행수륙대제는 왕이 국가 희생자 등을 위무하기 위해 베풀었다는 점에서 이번에 중요무형문화재로 같이 지정된 진관사ㆍ백운사의 수륙재와 차별된다"고 말했다. 진관사 수륙재는 왕실의 천도재 성격이 짙고, 백운사 수륙재는 경남 일대 사찰에서 전승되던 범패의 맥을 이어 지역성이 두드러진다는 것이다. 반면 삼화사 국행수륙대재는 국가 희생자를 위무하기 위한 것이고, 특히 재를 지낼 때 인근 주민들에게 음식과 옷을 나눠주고, 병도 고쳐주는 등 나눔의 성격이 있다. 스님은 "삼화사 국행수륙대재는 왕을 비롯한 신하들이 보시한 돈을 백성들에게 나눠줘 민심안정과 소통을 꾀했다"고 설명했다.

삼화사 국행수륙대재는 3일 동안 진행된다. 일반 불교의례가 하루 만에 끝나는 것에 비춰볼 때 가장 크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불교의례다. 첫날에는 법요식을 시작으로 시련(불보살을 모셔오는 의식)과 대령(외로운 영혼에게 음식을 대접하는 의식), 괘불이운(마당에 내걸 대형 불화를 옮겨오는 일), 조전점안(저승에서 사용할 돈을 만들어 가치를 부여하는 의식), 쇄수결계(물을 뿌려 도량을 청정하게 하는 의식) 등이 열린다. 둘째 날에는 오로단의식(동서남북중 다섯 방향으로 도량의 공간을 활짝 여는 의식)과 상단의식(부처와 보살을 상단에 모시고 공양을 올리는 의식), 설법, 중단의식(신들을 불러 중단에 모시고 공양을 올리는 의식)이 이어진다. 마지막 셋째 날에는 방생과 하단의식(외로운 영혼을 불러 하단에 모시고 공양을 올리는 의식), 독송, 봉송 회향 순으로 진행된다.

스님은 "삼화사 국행수륙대재는 어산(소리), 승무(춤), 번(글), 탱화(그림), 지화(공예) 등이 어우러진 종합예술"이라며 "문화적 소통을 통해 국민 화합을 이끌어냈던 수륙재를 잘 계승ㆍ발전시켜 현대사회에 맞는 축제로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러면서 "수륙재의 소통ㆍ융합 정신을 많은 사람들이 알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한국 불교 1번지 조계사나 광화문광장에서도 수륙재를 열고 싶다"고 덧붙였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홍인기기자 hongi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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