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철도 파업의 와중에서 공공기관 개혁의 고삐를 더욱 바짝 죄고 있다. 27일 열릴 공공기관 정상화협의회를 앞두고 정부가 가장 강조하고 있는 대목은 자산매각이다.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그제 38개 공공기관장을 소집해 "핵심 우량자산부터 팔라"며 "손실 논란이 있더라도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까지 했다. 앞서 윤상직 산업부 장관 역시 전날 기관장들에게 "현실적인 재무구조 개선 계획을 내지 못하면 내가 기관장을 교체하거나, 본인이 사표 낼 각오를 하라"며 과감한 자산매각 계획을 주문했다.
공공기관 부실 문제가 우량자산 손절매까지 불사할 정도로 다급한 건 분명하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295개 공공기관의 공식 부채규모는 같은 기간 국가채무보다 많은 493조원에 달했다. 문제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대부분 부채 과다 기관들이 영업이익으론 이자조차 갚지 못할 정도여서 그냥 두면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구조가 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2008년 대비 지난해 부채규모는 1.7배로 급증했고, 올해 들어서만 70조원 이상 증가한 상태다. 정부가 재무구조 개선의 핵심 대책으로 큰 폭의 부채 감축이 가능한 자산매각부터 서두르는 이유다.
하지만 아무리 사정이 다급해도 공공자산을 시장판의 '떨이 제품'처럼 손실을 보면서 마구 팔아 치워도 된다는 식으로 몰아가거나 인식해선 곤란하다. 대형 부동산부터 4대 증권사에 이르기까지 가뜩이나 시장에 나온 부실자산 매물이 넘쳐나고 있다. 반면 각종 투자제한으로 기업 등의 매수세가 약해 자칫 1997년 외환위기 직후처럼 우량 공공자산이 국내외 자본에 헐값 처분될 우려가 적지 않다.
물론 향후 공공기관 자산매각 계획은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산하에 설치된 공공기관 정상화협의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돼있다. 그러나 지금 같은 분위기라면 심의 역시 2017년까지 주요 공공기관의 부채비율을 현재 220%에서 200%로 낮춘다는 정책목표에 맞춰 실적주의에 매몰될 가능성이 크다. 자산매각은 서두르되, 터무니 없는 손실은 나지 않도록 심의 및 결정 절차를 신중하게 보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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