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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파업 18일째] 조계사 온종일 긴장감… 사복경찰 붙잡혀 봉변 당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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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파업 18일째] 조계사 온종일 긴장감… 사복경찰 붙잡혀 봉변 당하기도

입력
2013.12.25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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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절인 25일 박태만 철도노조 수석부위원장이 은신한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는 하루 종일 팽팽한 긴장감에 휩싸였다.

업무방해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철도노조 지도부 28명 중 2인자인 박 부위원장이 노조원 3명과 함께 조계사를 불쑥 찾아온 것은 24일 오후 8시 10분쯤. 지난 22일 경찰이 김명환 철도노조 위원장과 박 부위원장 등 간부들이 은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한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 건물 내 민주노총 본부에 강제 진입하고도 검거에 실패한 지 이틀 만이다.

이날 경찰은 노조 지도부의 얼굴 사진과 인적 사항이 담긴 전단을 들고 조계사 주변을 둘러쌌다. 외국인 관광객과 조계사 신도들 외에는 오가는 이들의 신원을 일일이 확인하며 노조원들이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감시했다.

오후 2시쯤 사복경찰관 2명이 경내에 몰래 들어와 극락전 2층에 은신 중인 박 부위원장 등의 동향을 살피다 붙잡혀 곤욕을 치렀다. 이들은 극락전 앞 포토라인에 몰린 수십 명의 취재진 틈에 섞여 있다 철도노조원들에게 발각됐다. 경찰관 1명은 노조원의 신분증 요구를 외면하다 머리채를 잡혔고 욕설을 들으며 조계사 정문까지 150여m를 끌려간 끝에 허리에 있던 수갑을 노출했다. 정문에 있던 다른 경찰관들은 이런 상황을 모르는 척 외면했다.

노조와 경찰의 대치 상황을 지켜보던 신도 서너 명은 철도파업 사태를 둘러싼 노-정간 잘잘못을 따지다 거친 욕설과 함께 모래를 집어 던지는 등 다툼을 벌이기도 했다. 조계사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은 의아한 눈빛으로 두리번거렸고 취재진이 몰려들며 북새통을 이뤘다.

박 부위원장은 오후 6시30분 대웅전 마당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파국으로 치닫는 철도민영화 문제가 어떻게든 해결될 수 있도록 종교계가 머리를 맞대기를 간곡히 부탁한다"고 밝혔다.

박 부위원장 등이 민주노총 본부에서 빠져 나온 시점과 방법은 여전히 의문에 싸여있다. 박 부위원장은 "지금은 말할 수 없는 상황이다. 죄송하다"고 한 반면, 철도노조는 같은 날 철도회관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경찰 진입 전에 이미 외부에 나와 있었다"고 밝혔다. 양쪽의 해명이 일치하지 않는데다 민주노총 본부와 조계사가 차로 8분쯤 거리여서 경찰은 여전히 체포작전 이후에도 이들이 건물 안에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조계사 측은 이날 오전 종단 관계자들이 모여 의논했지만 공식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다. 다만 종교시설이라 박 부위원장 등에게 퇴거를 요구하지는 않기로 했다. 조계종 사회부장 보화스님은 "공식 입장은 종단 회의를 거쳐야 나오겠지만 종교인은 궁지에 몰린 사회적 약자를 일단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계사는 이들에게 오전에 주먹밥, 정오에는 점심상을 제공했다.

사복경찰 해프닝이 있었지만 경찰이 조계사 경내로 진입해 박 부위원장을 체포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무리하게 경내에 진입할 경우 종교계의 집단 반발을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경찰이 조계사에 들어가 수배자를 검거한 전례는 없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협상을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한창이던 2008년 여름 집시법 위반 혐의로 수배된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 등 6명은 조계사에 짐을 풀고 120일간 농성을 했으며, 자발적으로 조계사에서 빠져 나간 뒤 검거됐다. 2002년 3월에는 경찰이 조계사 법당까지 들어와 농성 중인 발전노조원을 체포했다가 신도들이 반발, 서울경찰청장이 사과하기도 했다. 그러나 나중에 총무원 측에서 경찰 투입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손현성기자 h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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