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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 부러뜨려 산재로 위장… ‘골절치기’로 20억 가로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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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 부러뜨려 산재로 위장… ‘골절치기’로 20억 가로채

입력
2013.12.25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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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손가락 등을 일부러 부러뜨리는 속칭 골절치기 수법으로 20억원에 달하는 보험금을 타낸 일당 23명이 적발됐다.

정부합동 보험범죄전담대책반(반장 윤장석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장)은 사기 및 산업재해보호법 위반 혐의로 보험 브로커 장모(52)씨와 김모(39)씨, 보험금 부정수급자 등 모두 8명을 구속기소했다고 25일 밝혔다. 나머지 일당 11명은 불구속기소, 달아난 4명은 기소중지됐다.

검찰에 따르면 장씨는 2009년 6월부터 최근까지 22명과 짜고 손가락, 발가락 등을 일부러 부러뜨리거나 이미 발생한 질병을 산재로 꾸며 근로복지공단 산재보험금 및 민영보험금 15억3,000만원을 타낸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엄지손가락 등에 마취제를 주사하고 망치로 내리친 뒤 공사 현장에서 사고가 난 것처럼 서류를 꾸미고 허위 목격자를 내세웠다. 장씨는 사무실을 빌려 1인 사업장을 차려놓고 교도소 동기 등을 일당 15만원에 허위 채용해 일당을 송금한 뒤 장해등급이 가장 높은 엄지손가락을 부러뜨려 공단으로부터 보험금과 일당 보상금을 타냈다. 장해등급을 높이려 이미 부러뜨린 손가락을 칼로 훼손하기도 했다.

도박으로 돈을 탕진한 장씨는 산업재해 의료기관에서 환자유치 업무를 하다 소규모 공사 시행자는 산재보험 가입이 간편하다는 점을 알고 범행을 계획했으며, 가담자들이 보험금으로 받은 4,000만~5,000만원 가운데 1,000만~2,000만원을 수수료로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장씨에게 범행 수법을 전수받은 김씨는 자신의 가족들에게 골절치기를 권유해 모두 5억2,800만원을 타낸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의 매형(51)은 손가락을 부러뜨려 보험금 5,600여만원을 받았지만 제 때 치료를 받지 못해 결국 손가락을 절단했다. 김씨는 자신의 의붓아들(23)에게도 골절치기를 종용해 9,100만원을 타냈다.

이들의 자작극은 특정 지역 근로자들이 작업장을 옮겨가며 번갈아 산재 목격자나 피해자가 되는 점을 이상하게 여긴 공단의 의뢰로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며 막을 내렸다.

검찰 관계자는 “소규모 공사 현장의 일용 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 보호를 위한 산재 제도를 악용한 범행”이라며 “자신의 신체를 훼손하고 브로커가 허위 목격자를 동원하는 등 조직적, 지능적 형태로 진화하는 보험범죄 단속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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