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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노래 못 따라간 엉성한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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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노래 못 따라간 엉성한 스토리

입력
2013.12.25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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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러 1주일을 기다렸다. 수없이 무대에 올려진 해외 라이선스 공연들과 달리 국산 창작 뮤지컬의 경우 공연 시작 후 며칠 동안은 배우들의 '합'이 잘 안 맞거나 무대장치 움직임이 부족할 수 있기 때문에 리뷰를 쓸 때 이를 감안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에서다. 16일부터 공연을 시작한 '디셈버: 끝나지 않은 노래'는 한국 가요의 전설로 남은 김광석의 곡들로 이뤄진 데다 한국 뮤지컬의 간판급 스타 김준수, 박건형을 캐스팅했고, 장소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이라 히트 요인들을 두루 갖추고 있다. 하지만 주로 영화 배급과 투자를 해온 제작사 뉴의 첫 뮤지컬 작품이고, 대본을 쓰고 연출한 장진 감독도 뮤지컬은 처음이어서 섣부른 감상평이 자칫 혹독한 질책으로 읽힐 수 있어 보였다. 결과적으로 1주일을 기다리길 잘했다는 생각이다.

좋은 뮤지컬은 배우들의 연기, 음악, 그리고 잘 짜인 스토리로 완성된다. '디셈버'는 이 가운데 연기와 음악을 막이 오르기 전부터 이미 챙겨놓은 셈이다. 40대 감성인 김광석의 노래를 20대인 김준수(지욱 역)가 얼마나 따라갈 수 있을지 우려했던 것과 달리, 김준수가 부르는 김광석은 막이 내리기까지 한 번도 흔들리지 않았다. 조연들의 앙상블도 매끄러웠다.

문제는 스토리에 있었다. 연극과 영화, TV 등에서 종횡무진 활약해온 장진의 스토리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이야기는 성기게 연결되고 그 틈으로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와 음악이 뭉텅뭉텅 빠져나갔다. 1992년을 배경으로 한 1막, 1막을 살았던 인물들의 생과 사를 넘나드는 해후를 담은 2013년 2막의 장면들은 오직 김광석 노래들을 적절히 배치하기 위해 줄 맞춰 늘어놓은 블록들 같다. 김광석의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가 나오기 위해 훈(이창용)의 어머니가 죽고, '서른 즈음에'를 부르기 위해 서른 즈음으로 맞춰진 29살 성태(김대종)의 설정에 몰입은 무너진다. 상대적으로 빠른 비트의 음악이란 이유로 코믹한 장면에 쓰인 '일어나'와 '나의 노래'를 듣자니 괜히 김광석에게 미안한 기분마저 든다.

그나마 1막은 지욱의 연인 이연(오소연)의 죽음과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의 연결이 탄탄해 큰 무리가 없어 보였다. 하지만 2막은 이연의 환생과도 같은 화이(오소연)의 등장이 진부했고 1막에서 성긴 스토리를 받쳐줬던 김광석 노래의 배치가 더욱 듬성듬성해 아쉬웠다.

전체 극의 모티프로 설정된 지욱의 오래된 기타와 그만큼 오래 지속되는 사랑 이야기는 김광석의 노래로 찰싹 달라붙어 있어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다만 객석은 환호했다. 스토리의 부족함보다 김준수의 열창과 김광석의 감성이 객석에 먼저 닿은 듯하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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