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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민들 "불황에 기부도 줄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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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민들 "불황에 기부도 줄여요"

입력
2013.12.25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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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장인 김민정(38)씨는 국내 한 모금단체를 통해 2007년부터 해외아동들에게 매달 3만원씩 생활비를 기부해왔다. 한 명으로 시작한 후원 아동이 점차 늘어 이듬해 10여명에 달했다. 수년간 매달 30여만원씩을 기부해왔던 김씨는 1년 전 이사를 하면서 후원 아동 숫자를 5명으로 줄였다. 김씨는 "처음에는 아이들이 보낸 편지, 사진 보는 재미에 빠져 후원 아동을 늘렸지만, 막상 통장에서 기부금이 빠지니 경제적으로 부담됐다"며 "형편에 맞게 기부하자는 생각이 들어 규모를 줄였다"고 말했다. 김씨는 예전에는 자원봉사활동도 자주했지만, 올해는 건강상의 이유로 하지 않았다.

올해 서울시민의 기부가 2011년보다 준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서울시가 통계청 사회조사와 자체 통계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서울시민의 기부경험률(1회 이상 기부)은 36.5%에 그쳤다. 이는 2011년 37.8%보다 감소한 수준이다. 자원봉사활동을 한 비율도 줄어 올해 응답자의 17.7%만이 최근 1년간 1회 이상 자원봉사활동에 참여했다고 답했다. 2011년에는 18.1%였다.

반면 향후 2년 이내 기부할 의사가 있다는 대답은 2011년 49.9%에서 올해 52.9%로 늘었다. 기부 의사는 늘었지만 실천에 옮기는 비율은 더 줄어든 셈이다.

비케이 안 한국기부문화연구소장은 "통계 결과는 예년보다 조금 준 것으로 나왔지만 기부 단체들이 현장에서 체감하는 감소폭은 더 크다"며 "최근 몇 년간 불거진 기부금단체 횡령사건과 경기 불황 등이 맞물려 나온 결과"라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1년간 기부한 적이 없다고 응답한 시민들은 그 이유로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61.5%)를 가장 많이 꼽았다. '관심이 없기 때문'(17.5%), '직접 요청을 받은 적이 없어서'(9.2%)가 뒤를 이었다. '기부단체 불신 때문'이라는 응답도 7.6%에 달했다. 기부 방식은 전화모금방식(ARS)이 23.5%로 가장 많았고 현금 기부(10%) 물품기부(5.7%) 지로용지나 온라인을 이용한 송금(3.2%) 순이었다. 연령ㆍ성별로는 30대 여성 기부율이 45%로 가장 높았고 40대 여성(43.4%), 50대 남성(42.6%)이 뒤를 이었다.

안 소장은 "최근 기부단체의 투명성이나 기부금 쓰임을 꼼꼼하게 따져서 기부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데다, 재능기부 등 기부형태가 다양해지면서 금전 기부가 줄어든 것도 영향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기부자의 역량과 관련 없이 시간, 노동력을 들여 남을 돕는 자원봉사활동과 달리 재능기부는 기부자의 특정한 능력이 곧바로 경제ㆍ사회적 효과로 나타날 수 있는 맞춤형 기부다. 연구소는 최근 1년 동안 재능기부 관련 단체가 2012년과 비교해 20%이상 늘어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안 소장은 "기부 문화 확산을 위해서는 기부 방식의 다양화, 기부 단체의 투명한 운영 등 시대에 맞는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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