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삼행시나 사행시를 본능적으로 잘 지어낸다. 우리말의 DNA일 수도 있지만 아마도 공통된 인지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미국 영어도 흡사한 게 있다. 두운이다. 글자 그대로 각 단어의 첫 글자를 똑같은 어휘를 사용해 리듬을 주는 것으로, 관습처럼 일상 생활에 녹아 들어 있다.
어느 한국인이 미국 자동차 서비스 센터에 들렀을 때 대기실에서 보니 벽면에 ‘Fit and Finish’라는 문구가 보였다고 한다. 외국인이 보기엔 평범한 문구지만 미국인들끼리는 기억에 잘 남는 어구로 만들기 위해 근로자들에게 ‘맞춤 마무리’를 하라는 슬로건이었고 F로 시작되는 두운(Alliteration)효과를 살린 셈이다. 첫 글자만 똑같이 해도 기억 효과가 몇 배 높아지고 가끔 의성어(Onomatopoiea)를 활용해 ‘Bubbles, bubbles in the air, Bubbles, bubbles on the chair’처럼 두운과 각운을 혼용하기도 한다. 초등학교 교사는 알파벳을 소개하며 ‘An Amazing Alphabet’이라고 소개하는데 아이들은 첫 자의 리듬이 좋아 더 관심을 갖는다고 한다. 꼬마들의 동요(Nursery rhyme) ‘Brown Bear, Brown Bear’도 같은 이치이고 어린이들의 75% 이상이 이러한 소리의 율동으로 읽기와 말하기에 더 흥미를 더 느끼고 어른들도 그렇게 배웠기 때문에 이러한 운율에 친근감을 느낀다고 한다. 이 때문에 광고 카피나 간판, 신문, 잡지의 제목 등에서도 이러한 운율과 리듬이 적극 활용된다.
모르면 그냥 지나치겠지만 이러한 두운 효과와 리듬 원리를 염두에 두고 보면 주위에는 이를 활용한 관용구도 셀 수 없이 많다. D-Day, H-Hour도 알고 보면 두운 효과이고 Back to the Basic, It takes two to tango(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 난다), fit as a fiddle(딱 보기 좋은 몸의) 등의 멋진 표현도 첫 소리의 리듬 때문에 더 기억이 잘 된다. Good grief! Good Gracious!, Chocolate Chips, French Fries, Coca-cola, M&M, Donald Duck 등도 두운 효과의 예증이고 ‘Practice makes Perfect’(연습밖에 더 좋은 훈련은 없다) 같은 속담과 격언도 이런 결과물이다. Close Call(위기 일발), Labor of Love(사랑의 수고)처럼 주위에 널려있는 두운과 각운의 응용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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