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서발KTX 자회사 신설되면 경영효율성 향상 기대 속 구조조정ㆍ외주화 등 근로조건 악화 우려, 비용절감 관련 선로사용료 내려야 한다는 주장 제기, 파국 막기 위해서는 정부 대화 나설 것 촉구
정부가 ‘공공기관 개혁의 첫 걸음’라며 추진하는 수서발 고속철도(KTX) 자회사 설립이 ‘민영화 꼼수’라는 전국철도노동조합의 완강한 반대에 부닥쳐 한 걸음도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끝없이 되풀이되는 ‘민영화 진실게임’에서 벗어나 17조6,000억원에 달하는 코레일의 부채를 줄이기 위한 해결방안으로 초점을 바꾼다면 정부와 코레일 그리고 철도노조 간에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다. 그리고 그 공감대를 대화의 시작점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일보가 25일 국토교통부 담당자, 관련 전문가, 전직 코레일사장, 현재 기관사이자 철도운수 전공 교수 등 4명에게 의견을 물어 그 최소한의 공감대를 모색해 봤다.
철도파업 사태의 핵심적인 쟁점인 과도한 코레일 부채의 원인부터 따져봤다. 신광호 국토교통부 철도운영과장은 “한국토지주택공사의 경우 임대주택을 지으면서, 또 한국수자원공사는 4대강사업 수행 중 대부분의 부채가 늘어났만, 코레일의 경우는 인천공항철도 인수 1조2,000억원과 용산 개발사업 무산 손해 2조4,000억원 등 정부사업 때문에 불어난 부채는 전체의 부채의 20%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신 과장은 이어 “코레일의 1인당 인건비는 2006년 경영개선 대책 이후에도 연간 5.5%씩 올랐고, 2008년 용산개발사업 부지를 매각했을 때는 들어오지도 않은 8조원을 회계장부에 반영하고 그를 구실로 3,000억원을 성과급으로 지급했다”며 방만한 경영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재훈 한국교통연구원 철도정책기술본부장도 “지방역의 경우 수입보다 인건비가 많고 연간 적자는 5,000억~6,000억원에 이르는 상황인데도 비용을 줄이려는 코레일의 노력이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반면 이철 전 코레일 사장은 “KTX 차량구입 부채(4조5,000억원)와 인천공항철도 인수 등으로 인한 부채에다 연간 6,000억원에 달하는 과도한 선로 사용료가 부채의 주요한 원인”이라고 반박했다. 박조영 송원대 철도운수경영학과 교수(현직 기관사)도 “수조원인 정책 부채와 이에 따른 이자, 막대한 선로사용료로 누가 경영을 하더라도 만성적인 적자구조를 탈피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부채 절감 방안에 대해서도 “코레일의 비용절감 노력이 중요하다”는 정부측 주장과 “선로 사용료부터 깎아야 한다”는 주장이 맞섰다. 이 전 사장은 “우리나라의 선로 사용료는 세계에서 제일 높다”며 “독일 등 선진국들은 운영 적자가 나면 선로 사용료를 받지 않고 흑자가 나더라도 우리나라처럼 높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재훈 본부장은“선로 사용료는 또 다른 공기업인 한국철도시설공단에 지불하는 것이기 때문에 가격결정에 특수성이 있을 수 있지만, 프랑스와 독일보다는 낮다”고 반박했다.
수서발 KTX를 운영할 자회사가 신설되면 경쟁을 통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데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다만 철도노조 측은 득보다 실이 많다는 우려를 내놓았다. 이재훈 정책본부장은 “자회사가 신설되면 승객유치 등을 위해 두 회사가 자연스럽게 경쟁하게 돼 코레일의 비효율성은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 봤다. 이뿐 아니라 두 회사의 비교를 통해 보다 객관적인 운영비용을 밝혀내 이후 경영개선에 활용하는 부수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이에 따른 비정규직화와 외주화 등 근로조건 악화에 도 피할 수 없다. 박조영 교수는 “수천억원의 흑자를 내는 알짜노선이 자회사로 빠져 버리면 일반철도에 적자를 보전할 수 있는 여력이 급격히 약화된다”며 “내부운영 효율화에도 불구하고 구조적으로 거대 부채에 직면하게 돼 구조조정과 외주화 등으로 코레일 직원들의 근로조건 악화가 명백하다”고 우려했다. 이철 전 사장은 “경쟁체제 도입을 통한 효율성 개선이라는 시장경제 원리가 틀린 것은 아니지만 세계적 추세는 기간산업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있다”며 철도의 공공적 측면을 강조했다.
국민연금 등 수서발KTX 자회사에 참여할 공공기금이 자본이득을 목적으로 해 민영화가 아니냐는 쟁점에서도 의견이 갈렸다. ‘아니다’라고 보는 쪽은 “그런 논리라면 외국인 지분이 25.1%인 한국전력도 민영기업이다.”(이재훈 본부장) “5~6% 대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재무적 투자자일 뿐”(신광호 과장)이라는 말했다. 반대 진영은 “상업성이 높은 자본이 들어오면 민영화”라거나 “자회사의 소유가 공영일지는 몰라도 운영은 민영”이라고 말했다.
접점을 찾지 못하는 파업 사태의 해법에 대해서는 당장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한 목소리로 지적했다. 이철 전 사장은 “모든 갈등은 강자가 양보하면서 풀어나가야 한다”며 정부의 전향적 자세를 주문했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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