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폼은 바뀌었지만 자리는 그대로다. 거금을 들여 이대호(31)를 영입한 소프트뱅크가 일찌감치 이대호를 ‘신(新) 4번’으로 낙점했다.
지난 24일 이대호 영입을 공식 발표한 소프트뱅크 관계자는 25일 “이대호가 해결사가 되어 주길 기대한다. 그는 4번 타자 후보다”는 말로 이대호를 향한 구단의 간절한 바람을 드러냈다. 현지 언론도 이대호가 소프트뱅크의 새로운 4번 타자를 맡는 건 기정 사실이라고 보도했다. 소프트뱅크의 연고지인 후쿠오카를 기반으로 한 스포츠 전문지 니시 닛폰스포츠는 이날 “이대호가 오릭스 시절과 동일한 배번 10번을 달고 뛴다. 팀 내 경쟁이 치열해 졌지만 유력한 4번 타자 후보”라고 전했다. 스포츠 매체 데일리스포츠도 “이대호 영입으로 소프트뱅크는 12개 구단 가운데 최고의 타격을 갖춘 팀이 됐다”면서 “소프트뱅크가 30억엔(약 304억원)을 쏟아 부은 이번 영입 시장에서 이대호를 대미로 장식했다”고 평가했다.
소프트뱅크는 24일 이대호와 총액 9억엔에 2년 계약을 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실제로 3년(2+1)간 14억5,000만엔(약 147억원)이며 인센티브를 더하면 최대 20억엔(약 203억원)에 이르는 초대형 계약이다. 소프트뱅크는 퍼시픽리그 소속으로 1938년 창단해 통산 6차례 일본시리즈를 제패하고 17차례 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2010년 리그 우승과 2011년 일본시리즈 정상에 오르며 승승장구하는 듯했던 소프트뱅크는 지난해 3위, 올해 4위에 그치며 대대적인 전력 보강에 나섰다. 소프트뱅크가 B클래스(리그 4~6위)로 추락한 건 2008년 이후 5년 만이었다. 결국 모기업의 손정의 구단주까지 나서 ‘검증된 외국인선수 영입’에 올인했고, 이대호를 포함해 투수 제이슨 스탠드릿지(35), 데니스 사파테(32), 브라이언 울프(33) 등 4명을 잡아 단숨에 전력을 우승권으로 끌어 올렸다.
타격은 올 시즌에도 팀 타율(0.274)과 팀 득점(660개)에서 리그 1위를 차지했지만 한 방을 쳐 줄 해결사가 없었다. 4번 타순에 무려 5명이 들어섰지만 모두 확실한 인상을 심어주지 못했다. 윌리 모 페냐와 브라이언 라헤어가 기대에 못 미쳤고, 마쓰다 노부히로, 우치카와 세이치, 야나기다 유키까지 번갈아가면서 맡았지만 올해 소프트뱅크의 4번 타순 출루율은 퍼시픽리그 최하위(0.311)에 그쳤다. 타율(0.256)과 홈런(22개)도 6개 팀 중 5위였다.
결국 소프트뱅크는 일본에서 2년 연속 24홈런과 91타점을 기록한 이대호 영입으로 타선의 마지막 퍼즐을 맞춘 셈이다. 우승 ‘한’을 풀지 못한 이대호로서도 롯데와 오릭스를 거쳐 세 번째 팀에서 맞을 4번 자리는 의미가 남다르다. 성환희기자
한국스포츠 성환희기자 hhsung@hks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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