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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장성택 이후 북한 인권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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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장성택 이후 북한 인권을 생각한다.

입력
2013.12.25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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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성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정은 정권 하에서 사실상 ‘권력서열 2인자’이자 대외 개방론자로 알려진 장성택 노동당행정부장이 전격 실각․ 처형된 것은 아무리 북한체제의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충격과 끔찍함 그 자체였다. 처형 배경에 대해선 다양한 견해가 제기되고 있으나, 어찌됐든 이번 사건을 계기로 북한의 수령독재와 참혹한 ‘우리식 인권’ 상황이 다시금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다.

장성택의 처형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심각하게 지적한 것처럼 ‘근본적 인권문제’라고 할 만하다. 북한에서는 권한 있는 법관에 의한 공개재판과 피고인의 변호인 조력을 받을 권리와 방어권 보장, 심급제(審級制) 및 재심 청구권 인정 등 적법절차 보장은 생각 조차 할 수 없다. 생명권의 자의적 박탈을 이루는 즉결처형과 기관총 난사에 의한 공개처형, 사자(死者)에 대해 화염방사기를 사용한 부관참시(副棺斬屍)적 응징 등은 인간의 존엄과 명예는 전혀 안중에도 없는 반문명적인 인권유린이자 김정은식 ‘공포정치’의 난폭한 과시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 처형 과정에서 고문이나 폭행․ 구타가 무자비하게 가해졌을 공산이 크다. 앞으로 장성택 일가에 대한 연좌제 적용, 강제연행 및 비자발적 실종이 뒤따를 가능성도 있다. 요컨대, 장성택 처형은 ‘세계 최악 중의 최악’으로 분류되어 온 북한 인권상황을 단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권력 2인자가 이 정도니 일반 주민의 인권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최근 국제사회는 이 같은 북한의 조직적 인권 탄압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지난 18일 열린 제68차 유엔 총회는 무투표 총의(總意) 방식인 컨센서스로 북한인권 결의안을 채택됐다. 이 결의안은 법치주의의 부재와 공개처형 지속, 다양한 형태의 인권침해를 경고하는 한편, 정치범의 무조건적 석방, 강제 북송된 탈북자 처우 개선 및 인권상황 공개 등을 촉구했다. 2005년 이래 매년 북한인권 결의가 채택됐으니 이번이 9번째인 셈이다. 하지만 유엔 총회의 계속되는 인권 개선 요구에 북한 정권은 여전히 마이동풍의 자세를 고수하고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해 지난 3월 유엔인권이사회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COI)를 새로 설치해, 인권 유린행위 중 반인도범죄(crime against humanity)에 해당되는 것을 조사․ 확정케 함으로써 책임 추궁의 근거를 마련하도록 했다. COI는 권고안을 담은 최종보고서를 내년 3월 인권이사회에 제출하도록 돼 있다. 이 권고안은 향후 국제사회의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방향타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정부는 관련국 및 국내외 인권단체들과 긴밀히 협력하면서 권고안에 북한인권 증진을 위한 실효적 방안이 담기도록 힘써야 한다. 더불어 북한인권 침해는 ▦핵무장 ▦미사일 개발 ▦대남 군사도발과 함께 ‘국제평화와 안전을 중대하게 위협’할 뿐만 아니라 반인도적 범죄 해당성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의 일환으로 국제사회의 ‘보호책임(R2P)’ 논리를 원용할 때가 됐다는 점을 지적하고 안전보장이사회의 관심과 개입을 촉구할 필요가 있다.

모든 유엔 회원국이 4년 6개월마다 수검(受檢) 받도록 돼 있는 ‘유엔 국가별 정례인권검토’(UPR) 가 내년 5월 실시된다. 2008년에 도입된 UPR은 북한 역시 예외가 될 수 없다. 우리 정부는 이 절차를 북한 인권 증진을 위한 기회로 활용하는 치밀한 전략을 미리부터 강구해야 할 것이다.

우리 국회는 장성택 처형사태를 목도하고도 여전히 ‘강 건너 불 보듯’ 북한인권법 제정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같은 민족으로 자유민주통일을 추구한다면서 북한 인권에 침묵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장성택 처형에 개재된 북한인권 침해사례를 기록하고 앞으로 불법청산의 자료로 삼기 위해서라도 북한인권법 제정을 더 이상 미루어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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